택배업 온열질환·불공정하도급, 불시점검
노동부·국토부·공정위 합동, 14일까지 … 쿠팡·CJ·롯데·한진·로젠 등 5개사
정부가 온열질환 예방과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합동 불시 점검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와 합동으로 6일부터 14일까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 등 택배업종 주요 5개사를 대상으로 불시 점검을 추진한다.
이번 점검은 택배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고 택배 종사자들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을 초래하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마련됐다.
노동부와 국토부는 지역 거점 물류센터를 현장 점검하고 공정위는 주요 5개사의 본사와 택배대리점의 계약관계 등을 조사한다.
먼저 노동부는 폭염 상황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보호를 위해 △시원한 물 △냉방장치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보냉장구 지급 △119신고 등 ‘폭염안전 5대 기본 수칙’이 준수되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택배 종사자가 주로 일하는 서브허브 및 배송캠프 상·하차장에 냉방 장치를 설치하고, 쉼터를 확대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택배종사자 과로방지를 위해 2021년 6월 체결된 사회적 합의 사항이 충실히 이행되는지를 점검한다.
당시 택배업계 노사는 △택배종사자 분류업무 원칙적 배제 △고용·산재보험 가입 △주 60시간, 1일 12시간 이내 작업시간 준수 등을 담은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문’을 체결했다.
이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쿠팡에서는 새벽배송과 심야노동으로 과로사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5월 쿠팡 남양주 2캠프 소속 정슬기씨가 원청인 쿠팡측 직원 독촉 메시지에 “개처럼 뛰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과로로 숨지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김포갑)은 “쿠팡에서는 지난 4년간 노동자 13명이 심혈관계 질환 등 과로사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 열린 쿠팡청문회에서 김 의원은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쿠팡CLS 야간 종사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송회전의 경우 특수고용(특고) 종사자(퀵플렉서) 중 76.8%가 3회전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 쿠팡에서 새벽시간대 일하는 배송기사 1160명과 헬퍼(분류인력) 1525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김 의원은 “퀵플레서(특고) 기사는 하루 9시간 30분, 월 23일, 휴식없이 심야 3회전 배송을 한다는 것인데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무리가 올 수밖에 없는 노동환경”이라며 “새벽배송과 심야노동으로 실제 과로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심야노동에는 더 세심한 노동시간 및 휴식시간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토부는 서브터미널 및 배송캠프에서 휴식시간 제공 및 휴게시설 운영, 차량 주행로 및 접안시설 공간 확보 등 택배사의 종사자 안전확보를 위한 보호조치 준수 여부도 점검한다.
공정위는 택배사들이 과도한 목표를 정한 후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계약을 해지하거나 택배대리점 또는 종사자에게 산업재해와 관련된 비용을 전가하는 등 부당특약과 관련된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중점 조사할 계획이다. 또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부당하게 감액하는지 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