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법 제정에 찬물 끼얹는 지방의원

2025-08-08 13:00:01 게재

비리·이권개입 끊이지 않아

막말·폭행, 자정 노력 없어

지방의원들이 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술자리에서 난투극을 벌이거나 장애인 아내를 폭행해 물의를 빚기도 한다. 인사권 독립에 이어 지방의회법 제정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앞둔 상황에 일부 의원들의 몰지각한 행태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8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경기도의원들이 사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현직 경기도의원 4명과 전직 안산시의원 1명의 자택과 의회 사무실 등 14곳을 압수수색 했다. 이들은 지능형교통체계(ITS) 사업체를 운영하는 A씨로부터 금품·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앞서 안산시 ITS 구축사업과 관련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지방의원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일은 다반사다. 전 모 전북 전주시의원은 소상공인 지원예산 수천만원을 독차지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전주시가 공공배달앱 ‘전주맛배달’의 구독 할인 서비스로 지출한 1억8000만원의 소상공인 지원 예산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7000여만원을 전 의원과 가족·지인이 운영하는 미용실 4곳에 몰아줬다. 전 의원은 이 일로 문화경제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이권 개입 논란은 비단 전주시의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 모 전북 김제시의원은 조카가 운영하는 인쇄업체에 최근 3년간 시로부터 총 230건, 3억2000만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최 의원 본인과 부인이 운영하다 시의원 당선 후 조카에게 넘긴 업체다.

배 모 대구 중구의회 의장은 구의원 당선 뒤 차명으로 인쇄·판촉물 회사를 만들어 중구와 아홉차례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따내 지난 6월 실형(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경기 연천군의회 의장을 지낸 심 모 의원은 배우자가 운영하는 인쇄업체를 이용해 군으로부터 3년간 2억원 이상의 수의계약을 따낸 일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정 모 경북 상주시의원은 장애인 아내 B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B씨 가족들은 지난 6월 24일 상해진단서를 발급해 관련 기관에 장애인 학대 신고를, 7월 7일에는 상주경찰서에 상해와 장애인 학대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다.

막말·폭행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일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남 여수시의원 강 모씨와 박 모씨는 지난달 23일 만취 상태에서 난투극을 벌인 일로 시의회 윤리특위에 넘겨졌다. 박 모 전남 목포시의원은 지난달 22일 시장 권한대행에게 막말·폭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민주당 중앙당은 이들 3명에 대해 당원 자격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들은 내년 지방선거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지방의회의 자정 능력도 의심받고 있다. 장애인 아내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정 모 경북 상주시의원의 경우 시의회에 가정폭력 등에 대한 민원이 이미 여러 차례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의회는 윤리특위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홍 모 울산시의원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차를 몰다 경찰에 적발됐지만 지난달 23일 ‘경고’라는 가장 가벼운 징계를 받아 논란이 됐다.

한 지방의원은 “국회의원 다수가 지방의원을 시작으로 정계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고, 최근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을 계기로 지방의회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하지만 일부 지방의원들의 일탈이 어렵게 만들어온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신일·곽태영 기자 ddhn21@naeil.com

김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