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 하반기 전망은 엇갈려
한은, 최혜국 대우·AI 확장기로 지속 전망
KDI, 대미 관세 부정적 영향으로 조정 예측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최대 효자인 반도체 수출의 하반기 전망은 예측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가 향후 수출 호조 지속여부를 가늠할 것으로 보이면서 관세의 부정적 파급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하반기에도 반도체 수출이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신승철 경제통계1국장은 7일 국제수지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최혜국대우와 반도체 호황기 장기화를 이유로 들었다. 신 국장은 “한미 무역합의 때 우리나라는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해서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한 조건이나 반도체가 특별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8일 언론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100% 부과 발표에 대해) 여타 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기로 미국측과 이미 합의했다”며 “미국과 EU가 합의한 15%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미국 현지에 직접 투자를 확대하는 점도 미국과 관세장벽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힘을 보탠다.
다만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8월 경제동향’에서 “선제적 수출효과가 축소되면서 반도체 수출의 높은 증가세가 조정될 가능성 있다”며 “글로벌 가치사슬을 감안하면 반도체 관세는 대미국 수출뿐 아니라 여타 국가로의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디”고 내다봤다.
반도체 수출이 국가간 공급망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 대미국 관세 장벽을 벗어나더라도 다른 국가와 미국의 관세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의 경우 미중간 관세협상 등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이 급격히 늘어난 대만(80.8%)과 미국간 관세 등도 변수다.
관세를 둘러싼 반도체 수출 전망의 미묘한 차이에도 근저의 기대감은 크다. 특히 AI로 대표되는 반도체 및 관련 산업에 대한 급속한 투자 확대가 지속적인 수요로 이어지는 ‘호황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신 국장은 “AI 반도체 관련 제품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호황기는 예전에 비해서 더 길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통관기준 상반기 반도체 수출 총액은 741억달러로 지난해 상반기(666.7억달러) 대비 11.1% 증가했다.
전체 수출총액이 3347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3348.2억달러)에 비해 1억달러 감소한 것에 비해 반도체가 버팀목이 됐음을 반영한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9.9%에서 22.1%로 커졌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