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 비정규직에게 고위험작업은 일상”
김충현 대책위, 한전KPS 비정규노동자 실태조사 발표
“협력업체 직원 중 전문 비계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8m 넘는 높이인데 하청노동자 입장에서는 원청에서 부당 업무 지시를 시켜도 눈치를 보면서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연도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 고 김충현씨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고위험 작업을 강요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7일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한전KPS 비정규노동자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6~7월 태안·인천·강릉 지역의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 35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노동자는 “높은 데 작업할 게 있다면 철제물로 비계를 한 10m 높이까지 쌓았다”며 “위험해 못한다고 팀장이 얘기했지만, 한국서부발전측에서는 급하다고 그냥 쌓아달라 해서 쌓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10m씩 쌓아 올리다 보면 비계가 많이 흔들린다”며 “위험하다고 얘기는 하는데 생명줄 등 안전장치를 쓰기 어려운 곳이 있다. 그러면 최대한 조심해서 쌓자고 한다”고 했다.
또한 경상정비를 담당하는 발전소 2차 하청노동자들은 인력 부족으로 한 명이 여러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안화력발전소 경상정비 노동자 38명은 모두 한국파워O&M과 삼신이라는 2차 하청업체 소속이다. 이들은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회사명만 바뀐 채 재계약을 이어간다.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이들은 체인 블록을 끌어당기다 말고 다른 작업을 한다거나 신호수 일을 하면서 작업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2019년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가 위험 작업에 2인 1조를 권고했지만, 경상정비 분야는 한 명도 충원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다 보니 사측이 인력 부족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청인 한전KPS가 공사금액을 줄여 하청에 지급하면서 신규 채용은 더 어렵게 됐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사례발표를 맡은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고위험 기계 작업을 포함해 비계 설치, 해체 등 위험한 작업이 2차 하청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었다”며 “어떤 작업이 위험하고 어떤 조치들이 취해져야 하는지 의견을 개진하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과정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임용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노동안전 문제라고 하는 것이 고용과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라며 고용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세풍·한남진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