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체계 개편’ 대통령 결정만 남아…금융위 해체 기로
금융산업정책 기재부로, 금감위에 금융감독정책 맡겨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해 감독·검사·제재권한 부여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분리해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마련됐지만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만 남겨 놓고 있는 상황에서 확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11일 국정기획위원회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기획예산처를 신설해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 기능을 이관하고, 금융위원회의 금융산업정책을 기재부로 옮기는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
국정기획위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했고 이 대통령에게도 직접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이 아직까지 결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대국민 보고대회에 포함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핵심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의 분리. 금융위가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총괄하면서 그동안 금융산업정책을 위해 감독규제를 완화하는데 무게 중심을 뒀고, 이 때문에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기관 건전성이라는 금융감독정책이 소홀해졌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019년을 전후해 발생한 사모펀드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또 하나는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기능을 분리하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는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서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 금소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금소원에는 감독·검사·제재 권한을 부여해서 금융소비자보호법상의 실질적인 감독기구로 격상하는 내용이다. 당초 검사·제재권 없이 소비자보호기능만 분리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금융감독정책과 관련해서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해 인허가 기능 등을 수행할 최소한의 조직을 두고 금융감독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임하는 방식을 담고 있다. 금감원장과 금소원장은 대등한 관계로 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실상 쌍봉형 모델(Twin-Peaks Model)에 가깝다.
최근 금감원 직원들이 이용하는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추정하는 글이 올라왔다. △건전성감독원 & 금융소비자보호원 △공무원화 안됨 △금감위 사무처 인원 최소화 △금융소비자보호원(공통+소보처+검사+공/조/회) △건전성감독원(공통+감독+소보처 일부) △기관규모: 건전성감독원 < 금융소비자보호원 △연내 분리 △건전성감독원 연내 세종행 등이 적시된 글에는 직원들의 반발 댓글이 달렸다.
공통은 금감원 공통부서를 의미하고, 소보처는 금융소비자보호처, 공/조/회는 공시·조사·회계부서를 뜻하는 것으로 금소원에 해당 부서까지 합쳐지면 분리·신설되는 조직이 남아있는 조직보다 커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국정위는 공시·조사·회계와 관련해서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지난 7일에도 금소원 신설에 반대하는 내용의 ‘감독체계 개편 관련 대통령님께 드리는 제언’이라는 성명을 내왔다. 노조는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은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어, 이를 분리하는 경우 업무중복 및 책임회피, 통합감독기구로서의 시너지 상실, 감독역량 저하 등으로 소비자보호 기능 약화가 불가피하다”며 “소비자는
감독·검사와 소비자보호 업무가 연계된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되며, 소비자 권익보호 기능이 후퇴될 우려가 크다“고 반대했다.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존치하되, 기능적 독립성을 보장하고,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가장 중요한 감독체계개편 방향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라며 “금융정책 기능은 기재부로 일원화하고 금융감독과 집행기능을 금감원으로 일원화해서 금감원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