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폭염, 달라진 지자체 대응

2025-08-11 13:00:01 게재

드론 띄워 “야외활동 자제” 안내방송

물놀이장·체육시설 야간·새벽 운영도

“폭염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등산을 피하세요.”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경기 안양시는 삼성산 수리산 관악산 등 주요 등산로에 드론을 띄워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등산객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안양시처럼 일선 지자체들은 ‘뉴노멀’이 된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해수욕장 앞에 무더위쉼터를 조성하고 물놀이장 파크골프장 등 여름철 시민들이 즐겨찾는 공공시설 운영시간을 새벽 또는 야간으로 조정한다. 야외 체육시설은 한낮에 문을 닫기도 한다.

안양시 관계자가 수리산에 드론을 띄워 예찰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안양시 제공

안양시는 기존 봄철 ‘산불예방’에 사용하던 드론을 ‘폭염’에 적용한 사례다. 항공예찰과 함께 등산하는 시민에게 안전 산행을 유도하는 방송을 병행한다. 등산객이 집중되는 오전과 오후 피크 시간대를 중심으로 실시간 기상상황 등을 파악해 폭염 속 무리한 산행을 자제하도록 안내한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을 적극 활용해 시민 안전을 지키는 등 스마트 행정을 적극 펼치겠다”고 말했다.

시흥시는 지난 6일부터 ‘전면개방’ 순환형 2층 시티투어버스의 시범운행 시간을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로 조정, 야간운행을 시작했다. 시흥시는 “지난달 30일 바다를 볼 수 있는 코스로 2층 시티투어버스 시범운행을 시작했는데 탑승객 의견과 현장 모니터링 결과, 폭염 등 기상여건을 고려해 운행시간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시범운행은 9월 30일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이번 야간운행 전환으로 여름철 쾌적한 관광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체류형 관광,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휴일 밤 광안리해수욕장 후텁지근한 더위가 이어진 10일 밤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드론쇼를 관람한 시민과 관광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부산 연합뉴스

계속된 폭염에 물놀이장과 체육시설 운영시간을 변경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울산 중구에 위치한 동천야외물놀이장은 올해부터 특별히 야간에도 개장(3회차, 오후 6시~9시)한다. 경기 여주시와 광주시도 마찬가지다. 여주도시공사는 오학물놀이장을 지난 8월 1~10일 야간개장했고 광주도시관리공사는 이달 말까지 광주시워터파크 야외물놀이장 운영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당초 해당 물놀이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될 예정이었다.

경북 포항시는 파크골프장(형산강·곡강) 개장시간을 기존 오전 7시에서 오전 6시로 앞당기고 혹서기 기간 2부(오전 10시 30분~오후 3시 30분)는 휴장하기로 했다. 광주광역시체육회는 폭염에 대응해 광산구 첨단 대상파크골프장에 쿨링포그(물안개)와 이동식 스프링클러, 냉방휴게실 등을 설치했고 경기 여주도시공사는 전국 최초로 오학파크골프장에 엠뷸런스와 응급구조사를 배치하는 특별대책을 마련했다.

전북 김제시는 야외 체육시설의 한낮 운영을 8월 말까지 중단했다. 대상은 시가 운영하는 시민문화체육공원 내 축구장 풋살장 족구장 테니스장 야구장, 김제파크랜드 야구장, 청하 파크골프장 등이다. 휴장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다.

폭염은 전남지역 해수욕장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폭염 탓에 모래사장 온도가 40도까지 올라가면서 피서객의 발길이 뜸해졌다. 지난달 초부터 개장한 전남지역 해수욕장 54곳의 이용객수는 7월말 기준 14만8000명으로 전년대비 26.1%나 줄었다. 이에 완도군은 해수욕장 앞 창고를 에어컨 등이 설치된 무더위쉼터로 개조했다. 피서객을 위한 레저 프로그램 운영시간도 새벽과 야간으로 옮겼다.

이밖에 충남 당진시는 도로개설 공사현장에 ‘폭염대비 응급키트’를 구비하고 전북 익산시는 농촌까지 찾아가는 시원한 쉼터 버스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한편 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소셜미디어를 통해 “폭염은 더 이상 드문 현상이 아니며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됐다. 지구는 더욱 더워지고 위험해졌으며 어떤 나라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상화된 폭염에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지자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곽태영·김신일 기자 tykwak@naeil.com

곽태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