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으로 배 채우고 세신으로 힐링하고
크리에이트립, 외국인 한국 문화 여행 이용현황 … ‘케데헌’ 따라 한국 성지순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흥행을 이어가며 콘텐츠 속 주인공들이 체험한 K컬처를 경험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문화 요소들이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을 끌며 콘텐츠에서 발견한 문화를 실제로 체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이다.
국내 인바운드 관광 리딩 플랫폼 크리에이트립(대표 임혜민)이 6월 20일 케데헌 공개 이후 한달간(6월 20일~7월 19일) 관광 소비 데이터를 전월 동기와 비교해 분석한 결과, 외국인 관광객의 실제 예약 건수 및 거래 액수가 전방위적으로 증가했다고 최근 밝혔다.
케데헌 속 인물들이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고 공연을 하거나 피로를 풀기 위해 대중목욕탕에 가는 장면들이 노출되면서, K-컬처를 즐기려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크리에이트립을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한복 체험’ 거래액은 전월동기대비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만 관광객 한복 체험 건수가 433% 폭증하며 가장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외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세신’도 작품에 등장한 이후 인기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신은 한국식 때밀이 문화를 기반으로 고급 스파 형태 1인 세신숍과 찜질방 등 대중목욕탕 체험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천연 입욕제와 전용 샤워룸을 갖춘 프라이빗 세신숍이 입소문을 타며 이색 명소로 떠올랐다. 대중목욕탕에서 세신은 보다 한국적인 문화 체험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대중목욕탕 여행 콘텐츠 경우 외국인 관광객 거래액이 전월동기대비 84% 증가하며 피로를 씻는 한국만의 방식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K-컬처에 대한 수요는 콘텐츠 속 ‘한국다움’을 직접 체감해보려는 시도로 외국인 관광객 한국 여행 동선을 형성하는 실질적 콘텐츠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케데헌 속 김밥 라면 순대 국밥 등 한국 음식이 등장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K-푸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관광객 한식 거래액은 전월대비 157%, 미국 관광객은 61% 급증하는 등 아시아·태평양(APAC)을 비롯한 미주 지역에서도 한국 음식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로 크리에이트립 이용 외국인 관광객의 삼계탕 거래액은 233% 급증했으며, 찜닭은 162%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꾸준히 인기를 끌고있는 간장게장도 18% 상승했다.
정육식당, 갈비 전문점처럼 한국의 고기 문화를 대표하는 식당들 역시 방문이 늘면서, 전월 대비 최대 4배 이상의 거래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케데헌 속 주인공들이 함께 김밥과 라면을 먹거나 국밥집에서 식사하는 모습은 한국 음식을 매개로 한 공감과 정서적 회복의 장면으로 그려진다. 이렇듯 K-푸드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 정서를 공감할 수 있는 문화 체험으로 자리잡고 있다.
K-팝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케데헌은 콘텐츠 자체가 하나의 팬덤 서사로 작동하며, 해외 팬들의 한국 방문 동기를 자극하고 있다.
크리에이트립 이용 외국인 관광객 기준 콘서트 셔틀 예약은 전월대비 거래액이 133% 증가했다. 주문건수로는 대만 관광객이 전월동기대비 1400% 폭증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K-팝 댄스 클래스 예약 주문 건수 역시 미국 관광객은 400%, 대만 관광객은 575% 오르는 등 증가율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K-팝 문화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는 팬들이 늘고 있다.
또 크리에이트립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퍼스널 컬러 진단, 스타일링 촬영 등은 외국인 팬들이 자신을 K-팝 세계관 속 아이돌처럼 연출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한국 여행의 필수 여행 코스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체험은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며, K-팝이 음악 감상을 넘어 팬 참여형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글의 글로벌 이용자 데이터에서도 한국 문화에 대한 외국인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 음식’과 ‘한국 라면’ ‘설렁탕’ 등 케데헌에 등장하는 주요 한국 제품의 주간 검색량이 지난주(3~9일) 2004년 집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 6월 20일 케데헌 공개 후 한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던 검색량이 7월 말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화장품 검색량은 최근 3주 동안 21 43 100으로 매주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구글은 특정 단어·구절의 검색량 변화를 0~100 범위 상댓값으로 표시해 소비자의 관심 변화를 보여준다. 같은 기간 한국 음식은 35 53 100으로 늘었고 라면도 비슷한 증가 흐름을 보였다. ‘한국 여행’과 ‘K-팝’ 검색량도 2주 만에 서너 배로 뛰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케데헌의 인기를 매출 확대 기회로 삼으려는 국내외 유통업체의 연계 마케팅도 늘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사 월마트는 이달 초부터 K-팝을 테마로 한 이동식 팝업 매장 운영에 들어갔다. 국내 최대 화장품 유통업체 올리브영은 K-뷰티 인기 상승을 반영해 내년 상반기 미국에 첫 현지 매장을 열 계획이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는 “케데헌에 등장한 한국적 요소들이 실제 여행 상품 예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관광객 관심이 일상 속 한국 문화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