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연고 독거노인 자산관리·입퇴원·장례 등 일괄 지원

2025-08-12 13:00:11 게재

일부 지자체·민간 복지시설 시행사업 전국화 모색

중앙정부, 시행과정 문제점 등 검토해 내년 법제화

일본 정부가 친척 등 의지할 곳이 없는 노인의 죽음 이후까지 일괄 지원하는 새로운 복지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 홀로 사는 무연고 노인이 급증하고 이들에 대한 서비스 사업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갈등을 제도권 안에서 수렴하자는 취지다.

◆홀로 사는 노인 급증, 사회적 갈등도 증가 = 아사히신문은 11일 “후생노동성이 연고가 없는 고령자의 금전관리부터 입원과 퇴원, 장례까지 지원하는 새로운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미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생노동성 전문가회의는 최근 가족이나 친척 등 연고자가 없는 고령자의 일상생활을 지원하고, 입원과 입소, 사망 이후 업무까지 제공하는 사업을 ‘제2종 사회복지사업’으로 규정하는 것을 검토했다. 현재 제2종 사업은 NPO나 민간사업자도 참여가 가능하고, 복지서비스 이용 원조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다.

주로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을 대상으로 복지서비스 시설의 이용을 위한 수속이나 금전 관리 등을 일정한 이용료를 받고 지원하고 있다. 이른바 ‘일상생활 자립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사회복지협의회가 시행하고 있고, 지난해 말 기준 약 5만7000명이 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검토하는 새로운 제도는 대상을 연고자가 없는 고령층으로 확대하고, 입·퇴원과 사후 장례 등의 절차까지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새 제도를 도입하려는 데는 무연고 노인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민간 사업자도 증가하면서 고액의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아사히신문은 “정부가 사업자를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과 함께 공적인 지원제도를 설립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기준 전국적으로 26개 지자체가 이러한 취지의 사업을 공적인 영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와무라 카네 일본총합연구소 연구위원은 “의지할 곳 없는 고령자를 지원하는 공적인 제도는 필요하고 정부의 검토내용은 과감한 제안”이라며 “다만 최저한 요구되는 생활지원과 사후 장례 등의 범위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와무라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공적인 지원이 어디까지 필요한지 일정한 규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업을 감독하는 틀과 지원을 담당하는 조직의 확대 등 과제가 많다”고 했다.

한편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혼자 사는 노인은 2020년 현재 남성(231만명)과 여성(441만명)을 합쳐 672만명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노인이 2040년에는 여성(540만명)과 남성(356만명)을 합쳐 900만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50년 전국 4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32곳에서 혼자 사는 노인의 비중이 전체 주민의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나고야시에서 홀로 거주하는 요양 대상 할머니의 일상생활. 사진 백만호 기자

◆사망 이후 서비스, 법적 장애도 = 아사히신문은 독거 노인의 일상생활에서 죽음 이후까지 자산관리, 생활지원, 장례 등을 도와주는 지자체를 예로 들었다. 오사카부 히라카타시 사회복지협의회가 2024년 10월부터 시행하는 ‘히라카타엔딩서포트사업’이다. 이 사업은 의지할 곳 없는 독거 노인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병원이나 요양시설의 입원과 퇴원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사망 이후에는 장례절차는 물론 납골 등의 안장과 남아있는 자산의 처분 등도 도맡아 하고 있다.

이 지역에 홀로 사는 80대 남성은 몇년 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이후 치료는 끝났지만 죽음 이후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이 남성은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죽으면 장례는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장의회사와 상담을 하기도 했다”며 “누군가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을 하던 때 시청과 사회복지시설이 운영하는 사업을 알게 돼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히라카타시에서 하는 사업은 병원이나 요양시설의 입원이나 퇴원을 지원받으면 1회 1000엔(약 9400원)의 이용료를 지불한다. 본인이 사망하면 장례와 남은 자산의 처분 등을 맡아줄 사업자에 지불하는 비용을 생전에 사회복지시설에 맡긴다. 비용은 의료비 청산 등을 포함해 대략 50만엔(약 470만원) 수준이다. 살던 집 등의 처분을 위해서는 면적 등에 따라 다르지만 이 남성은 7만엔(약 66만원) 정도면 가능하다는 추산이 나왔다.

히라카타시는 향후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노인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시내에 거주하면서 친족이 없는 65세 이상 노인 단독세대로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보유한 자산은 △시민세 비과세 △금융자산 500만엔(약 4700만원) 이하 △부동산 미소유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법적인 문제도 있다. 특히 사후의 장례 등 관련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살아있을 때 법적 준비를 해놔야 한다. 예컨대 자필로 쓴 유언증서나 공증받은 유언 등이 필요하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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