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운명의 날’… 밤늦게 구속여부 결정
주가조작·공천개입·건진법사청탁 의혹
윤 전 대통령 이어 부부 동시 구속 기로
김건희 여사가 구속여부가 결정되는 ‘운명의 날’을 맞이했다.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구속영장 청구에 따라 김건희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오늘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번 심사는 남은 수사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10시 10분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김 여사가 구속되면 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되는 상황에 놓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용돼 있다.
김 여사는 이날 오전 9시 26분께 중앙지법에 도착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의미가 뭔가” “명품 선물 관련해 사실대로 진술한 게 맞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는 민중기 특검팀과 김 여사측이 혐의 소명과 구속 필요성 여부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특검팀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해 특검법상 수사 대상인 16가지 사건 중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정치자금법 위반), 건진법사 청탁 의혹(특가법상 알선수재) 등 3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여사는 2009~2012년 발생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돈을 대는 ‘전주(錢主)’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으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9명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고, 법원은 김 여사 계좌 3개와 모친 최은순씨의 계좌 1개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2022년 재·보궐선거와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혐의, 2022년 4~8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을 부정하게 청탁받은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심사에서 김 여사가 6일 대면조사 당시 모든 혐의를 부인한 만큼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크다는 데 방점을 두고 구속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구속 필요 사유로만 두차례에 걸쳐 모두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아직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가지 의혹들에 대해 추가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특검은 김 여사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특검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김 여사를 수행한 전직 대통령실 행정관들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 청탁의 창구로 의심받는 건진법사 전씨와 말 맞추기 정황이 나온 점 등도 구속사유로 주장했다.
아울러 그간 병원 치료를 받아 온 김 여사가 병원에 재입원하면서 수사에 응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며 도주 우려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통일교 관계자와 건진법사 전씨, 전직 행정관 사이 문자 메시지 내용, 관계자 진술 등 상당히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했기 때문에 김 여사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이날 심사에서 김 여사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고가 브랜드의 목걸이와 관련해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휴대전화를 교체한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 우려가 있음을 법원에 적극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은 소환 조사에 성실히 응했고 도주할 이유가 없다는 점,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강조하며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방은 오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장심사가 끝나면 오후 늦게나 이튿날 새벽께 발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김 여사가 구속되면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양평공흥지구 개발특혜 의혹, 여러 기업에서 184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집사 게이트’ 의혹 등 다른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의혹에 연루된 공범 또는 조력자들이 입을 닫으면서 수사동력이 약화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특검팀은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김선일·박광철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