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김치 역사 300년 당겨졌다’
김치연, 중 문헌오류 잡아
18세기 아닌 15세기 등장
배추김치가 15세기 중반부터 선조들 밥상에 올랐다는 새 학설이 등장해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 세계김치연구소(김치연)는 “배추김치 기원이 기존 학계인식보다 약 300년 앞선 15세기 중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11일 밝혔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배추김치 기원을 1766년 홍만선이 쓴 ‘증보산림경제’에서 ‘숭’(배추) 이용 침저법으로 인식해 왔다. 18세기 중엽에 배추김치가 처음 등장했을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그러나 1450년쯤 간행된 조리서 ‘산가요록’에 기록된 ‘백채 물김치’ 조리법을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배추김치 관련 기록이라는 걸 새롭게 규명했다. 우리나라 배추김치 역사가 기존 학설보다 300년 당겨지는 셈이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배추김치가 18세기 이후에 등장했다는 ‘기존의 오해’는 1716년 발간된 ‘산림경제’에서 비롯됐다. 저자 홍만선이 중국 농서 ‘신은지’와 조선 농서 ‘한정록’ 내용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백채’를 ‘머휘’(머위)로 잘못 표기했기 때문이다. 이 오류가 학계 검증 없이 계속 인용되면서 잘못 정착됐다는 게 세계김치연구소 측 주장이다.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중국 고문헌과 조선시대 농서와 음식서, 어학서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보니 홍만선의 오류를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었다”며 “산가요록을 비롯한 조선 전기 주요 문헌에 등장하는 ‘백채’가 머위가 아니라 배추임을 사료적·조리학적·식물학적 근거로 입증했다”고설명했다.
또 “배추가 조선 전기, 더 나아가 고려말기부터 한반도에 유입돼 귀한 식재료로 자리 잡았고 이를 활용한 김치 제조법이 이미 널리 보급됐다는 걸 이번 연구를 통해 실증적으로 밝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오랜기간 지속한 문헌 해석의 오류를 바로잡아 민족 대표음식인 배추김치 역사를 새롭게 정립했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연구성과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학술지 ‘한국문화’ 110호에 게재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