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독립운동가 주민과 함께 기억한다
성북·강북·용산 ‘광복 80주년’ 기획전시
창작뮤지컬 공연하고 기념영상 제작도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삼선동 성북구청 1층. 정문과 후문에 걸친 작은 광장에 인근 한성대학교 회화과 학생들이 모였다. 김선태 교수와 함께 구청을 찾은 학생들은 저마다 작은 액자를 품에 안고 있었다. 성북구에서 살았거나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얼굴을 담은 초상화다.
13일 성북구에 따르면 구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지역과 연고가 있는 독립운동가를 주민들과 함께 기억하는 특별전시를 연다. 교과서에서 접했던 애국지사부터 후손들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까지 다양하다.
성북구는 ‘독립운동가 80인의 얼굴을 그리다’를 주제로 구청과 인근 369마을 예술터에서 전시를 한다. 성북문화원에서 그간 쌓아온 지역 독립운동가 자료와 사진을 토대로 기획했고 대학생들이 작품을 제작했다.
한성대 회화과 학생 100여명 가운데 80명이 참여했다. 누구를 화폭에 담을지는 ‘사다리’로 정했다. 김 교수도 일본 패전 소식을 전파하다 체포됐던 강천룡(1904~1964) 열사를 그렸다. 그는 “졸업작품 전시회를 앞둔 4학년과 대학원생까지 강의 외에 짬을 내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개막일인 지난 11일 학생 5명이 실물 작품을 들고 이승로 구청장과 함께 공간을 둘러보며 준비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육사 유해와 유품을 유족에게 전달했던 이병희(1918~2012) 열사를 그린 최다희씨는 “너무 젊어서 놀랐다”며 “지금이라면 청춘을 즐겼을 텐데 나라를 위해 위해 활동했다니 감동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가총동원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른 강영옥(1913~?) 열사를 맡은 서성민씨는 “정보가 부족했지만 당시 시대상황을 알고 있어 상상력을 더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기정 선수 사진에서 일장기를 제거해 연행됐던 이길용(1899~?) 당시 동아일보 기자를 그린 이예은씨는 “독립운동가들이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며 “그림 그리는 일 역시 마찬가지라 뿌듯하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369마을 전시는 오는 15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예정돼 있다. 구는 이후 공간을 확보해 실내 전시를 재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강북구는 근현대사기념관과 함께 ‘무너미에 깃든 독립운동가의 숨결’을 준비해 지난 1일 개막했다. 무너미는 독립운동가들이 잠든 수유동의 옛 이름이다. 몽양 여운형, 의암 손병희, 일성 이 준 등과 함께 한국광복군 합동묘역에 안장된 17위 흔적을 연말까지 만날 수 있다. 사진과 유물, 생전 남긴 어록을 더했다.
용산구는 효창공원에 안장된 독립운동가를 작은 전시에 담았다. 김 구를 비롯해 윤봉길·이봉창·백정기 의사와 임시정부 요인 등 업적을 소개하는 ‘광복의 씨앗, 효창공원에서 피어나다’는 한강로3가 용산역사박물관에서 이달 말까지 진행된다. 층고가 높은 건물 특성을 활용해 블라인드에 인물 삽화와 독립운동 이야기를 담았다.
영등포구는 ‘그날 영등포구 청년들의 이야기’ 영상을 제작했다. 지역 내 독립만세 시위터 소개와 후손들 입을 빌어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지역 독립운동가 이야기를 담았다. 중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현충원인 장충단공원에서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역사탐방을 진행한다. 이 준 열사와 이한응 열사 등을 만날 수 있다.
문화예술로 광복 80주년을 기리는 자치구도 있다. 금천구는 14일 예정된 주민 대화합 기념행사에서 특별한 뮤지컬을 선보인다. 청소년들이 시나리오부터 연기와 노래, 무대제작까지 함께한 ‘우리반 전학생, 리옥순’이다. 홍범도의 생애와 무장투쟁을 다룬 소설 ‘범도’를 쓴 방현석 작가의 북콘서트, 광복회 금천구지회가 전하는 생생한 역사 이야기 영상도 기다리고 있다.
노원구는 광복의 가치를 깊이 있게 성찰하고 주민 모두 다양한 시선으로 역사를 기억하도록 창작 뮤지컬 ‘우키시마마루’와 기획전시 ‘저마다의 길 위에서’를 준비했다. 송파구는 오는 14일 잠실동 서울놀이마당에서 어린이부터 90세 노인까지 1815명 목소리를 모은 대합창을 개최한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