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 임대료 감면요구 ‘손사래’
신라·신세계, 법원 조정신청
공사 “국제입찰 취지 훼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신라·신세계면세점의 임대료 40% 감액 요구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명확히 했다. 문제해결 방법이 조정보다는 법적분쟁으로 기울어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2일 인천공항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입찰 당시 최고가 투찰 방식에 따라 사업권을 획득한 후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입찰의 취지와 공공성, 기업의 경영책임을 회피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사는 또 “면세사업자(신라·신세계)가 제기한 임대료 조정요청에 ‘미수용 입장’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신라·신세계가 중국관광객 감소와 소비자 구매패턴 변화 등 예상치 못한 경제환경 때문에 적자를 내고 있다며 인천지방법원에 임대료 40%를 감면하는 민사조정을 신청하자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공사는 신라·신세계의 조정신청 자체가 인천공항 면세사업권의 국제입찰 경쟁 취지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임대료 40%를 인하하면 신라·신세계가 인천공항공사에 납부할 임대료는 지난 2023년 국제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중국기업 씨디에프지(CDFG)와 롯데면세점이 제시한 입찰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다.
공사는 신라·신세계가 적자가 난 DF1(향수·화장품 및 주류·담배)과 DF2(향수·화장품)에 대해서만 임대료 감면을 요청한 것도 문제 삼았다. 낙찰받기 위해 무리한 금액을 써낸 탓에 적자가 발생했는데 이를 임대료 감면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공사는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낙찰받아 운영 중인 DF3(패션·부티크) 와 DF4(향수·화장품)는 흑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현대면세점이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에서 운영하고 있는 DF5(럭셔리 부티크) 역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공사는 코로나19 당시 신라·신세계에 1조원이 넘는 임대료를 감면해 줬다는 점도 강조했다. 2020~2022년 신라에 2672억원, 신세계에 8333억원을 각각 감면해 줬고 2023년 신라와 신세계는 각각 273억원, 61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반면 면세사업자들은 신라·신세계 편을 들고 나섰다. 면세업계는 “재입찰 시 신라·신세계만큼의 운영역량을 갖춘 사업자를 찾기 어렵고 면세점 운영 공백으로 인한 인천공항 이용객의 불편이 우려된다”며 공사에 임대료 감면 수용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운영 공백기가 발생하면 인천공항 수익도 감소한다는 점에서 임대료 감액이 오히려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양측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7년 만에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중단 사태 재연이 우려된다. 신라·신세계는 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료 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업권 반납이 불가피하다는 태도다.
인천공항에서 규모가 가장 큰 두 업체가 철수하게 되면 2018년 이후 7년 만에 면세점 운영 중단이 중단되는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2018년 과도한 임대료 부담으로 위약금을 납부하고 인천공항에서 3개 사업권을 반납한 바 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