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아이누민족 전통 잇는다

2025-08-14 13:00:02 게재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맞아

한국외대서 전통무용 공연

일본 ‘삿포로우포포보존회’ 소속 공연단이 13일 한국외국어대에서 아이누족 전통 무용을 공연하고 있다. 사진 백만호 기자
“한국의 많은 분들이 일본에 선주민으로 아이누민족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서로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후지오카 료코 ‘삿포로우포포보존회’ 회장)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13일 한국외국어대에서 민간차원의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이 학교 일본연구소 등이 주최하고 일본 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등이 후원하는 ‘아이누 민속무용 공연’이다. 80대 고령의 나이로 10여명의 공연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한 후지오카 료코 회장은 “내 자신이 아이누민족으로서 앞으로 우리 후손들에게 민족의 전통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누민족은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사할린 일대에 걸쳐 오랜기간 터잡고 살아오면서 독자적인 문화를 일궈왔다. 1869년 일본 메이지정부가 홋카이도를 비롯한 북방지역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병합·복속되면서 ‘일본화’ 과정을 거쳤다. 후지오카 회장이 이끌고 있는 ‘삿포로우포포보존회’는 1979년 창립돼 아이누 민족의 전통 무용 등 독자적인 문화를 계승하고 보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현재 아이누 민족의 전통 무용은 1984년 일본 정부의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2009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도 등록됐다. 이날 공연에서도 △선조에게 감사를 표시하거나 친구와 친척을 만나면 하는 ‘인사춤’ △정성을 담아 술을 빚을 때 추는 ‘술 거르기춤’ △주로 여성들이 돌림노래 형식으로 앉아서 부르는 ‘스와리우따’ 등을 공연했다.

이번 행사를 주도한 박용구 한국외국어대 교수(융합일본지역학부)는 “아이누민족의 식민화 과정은 조선의 원형으로 우리와 비슷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며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아이누민족의 전통이 다음 세대에 전승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행사를 주최했다”말했다. 박 교수는 공연에 앞서 진행한 강연에서 1696년 조선의 무장 이지항이 부산을 떠나 표류하다 홋카이도에 도착해 아이누민족과 만나 있었던 일을 정리한 ‘표주록’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외대 일본연구소 등은 14일 ‘포스트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와 서벌턴 연구’라는 주제로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와 인권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홋카이도의 식민지 지배와 아이누의 권리 등을 주제로 토론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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