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표류하나
수요격차 원인 오리무중
대전시 예타 재도전 의지
대전시가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극단적인 수요조사 결과의 격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또 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택구 대전시 정무과학경제부시장은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예타에 다시 도전하겠다”면서 “한국개발원(KDI)은 이번 수요조사 방식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시와 LH는 최근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예타를 철회했다.
대전시 등이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예타를 철회한 이유는 무엇보다 KDI가 기업 입주수요를 조사한 결과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당초 대전시와 LH는 기업 입주수요를 42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했다. 대전시·LH와 KDI의 조사결과가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큰 격차를 보인 것이다.
대전시는 이해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대전시는 2023년 말까지 기업들과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하고 입주의향서를 LH에 전달했다. LH는 지난해 4월까지 대전시 입주의향서와 자체적으로 조사한 입주수요 등을 합쳐 420%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대전시 관계자는 “우리는 몰라도 LH가 결과를 과장할 이유가 없다”며 “420%와 10%의 격차가 너무 커 국토부 등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내부적으로 이 같은 격차가 나타난 원인을 찾고 있지만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선 제도적인 문제다. 이택구 부시장은 이날 예타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비수도권이 수도권에 비해 불리하다는 예타제도의 문제점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일반적인 문제일뿐 이번 격차를 설명하지 못한다.
다음은 시기의 문제다. LH가 실시한 지난해 4월과 KDI가 조사한 올해 4~6월의 차이다. 1년간 나노·반도체 산업분야에선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다만 올해 4~6월의 경우 탄핵과 대선 등 사회적 격변으로 기업들의 투자의지가 꺾였을 수 있다. 미국의 관세압박 등도 요인이 될 수 있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석도 이렇게 큰 격차를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업종에 대한 평가, 직원 규모에 따른 평가 등에서 양측이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던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전시는 이에 따라 KDI의 조사대상이나 방식, 기준 등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누구의 조사가 맞는지 ‘진실게임’의 의미도 있지만 향후 재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여러가지 복합적 원인이 있다고 본다”면서 “충실하게 제대로 준비해 재도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유성구 교촌동 일원에 반도체 제조, 나노소재, 우주항공 등 기업들이 들어서는 나노·반도체 국가산단을 추진하고 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