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세압박후 가치사슬 변화 추진

2025-08-14 13:00:10 게재

대미 완제품 수출 줄이는 대신 새로운 제조허브 육성 … 부품 공급 확대

중국의 수출구조가 미국의 상호관세 압박이후 전략적으로 바뀐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으로의 완제품 수출을 줄이는 대신 새로운 제조허브를 육성해 부품을 공급, 그곳에서 미국으로 완제품을 들여보내는 가치사슬의 변화다.

14일 중국 세관총국과 미국 경제복잡성관측소(OEC)에 따르면 중국의 올 상반기 대미국 수출은 2160억달러(약 298조2000만원)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0.7% 감소했다. 전자제품의 수출감소 폭은 더 크다. 4~5월 기준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컴퓨터 수출은 전년대비 43% 감소했다. 통신기기와 이차전지 수출도 각각 67%, 27% 줄었다.

하지만 미국의 이들 제품 수입은 감소하지 않았으며, 다른 경로로 들어오고 있다. 컴퓨터 64%, 통신기기 49%, 이차전지 9% 각각 증가했다. 1~4월 멕시코는 미국으로 약 240억달러 상당의 컴퓨터를 수출했다. 이는 전년대비 60% 증가한 수치다. 이어 베트남은 올해 미국으로의 통신기기 수출을 거의 두 배로 늘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억달러 이상 수출했다.

인도의 휴대전화 수출도 전년대비 84% 증가했다. 대만은 130억달러 상당의 컴퓨터를 수출했으며, 이는 51% 증가한 규모다. 또 베트남은 중국에서 65% 증가한 102억달러 상당의 집적회로를 수입했다. 인도는 중국산 통신기기 수입량을 두 배로 늘려 52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에서 인도로의 배터리 수출은 13억4000만달러, 베트남으로의 수출은 17억3000만달러로 각각 62%, 10% 증가했다. 미국에 컴퓨터를 공급하는 주요 국가인 멕시코는 중국산 집적회로 수입을 26% 늘렸다.

OEC는 “중국의 대미국 컴퓨터 통신기기 이차전지 수출이 급감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물러선 것이 아니라 옆으로 비켜선 것”이라며 “이제 중국은 완제품 조립보다 전자제품 공급망의 상류부문에서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무역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전자제품 수출 지도가 재편되고 있다”며 “미국이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 기조를 재편함에 따라 중국은 고부가가치 부품에 특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 새로운 제조허브를 육성해 이들 국가로 부품을 공급하고, 다시 미국으로 완제품을 공급하는 구조로 변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상반기 중국의 대미국 수출이 10.7% 감소했지만 중국 전체 수출액 중 11.9%(2160억달러) 차지했다”며 “양국은 여전히 최대 무역상대국”이라고 진단했다.

이와함께 상반기 중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은 1030억달러로 전년 대비 21.4% 증가했다. 모든 국가 및 지역을 통틀어 가장 큰 증가율이다. 이는 중국과 아프리카의 경제관계가 심화되고 있음의 단면으로 풀이된다. 무역업계에서는 아프리카의 소비기반과 산업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중국과의 무역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한국으로의 수출은 710억달러(한국의 대중국 수출과는 집계 기준차이로 다소 차이가 남)로 2.5% 줄었다. 컴퓨터와 석유화학 철강제품의 수출이 줄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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