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확충 방안 1호 ‘포괄보조금’
올해 3조8000억→내년예산 10조원 편성
지방교부세율·소멸대응기금 확대도 약속
이재명정부가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첫번째 방안으로 ‘국고조보금 지방이양’을 선택했다. 당장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7조원 확대 편성해 지자체가 운용하기로 했다.
18일 지방시대위원회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3조8000억원인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포괄보조금(자율계정) 규모를 10조원 이상 확대 편성하기로 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불과 2개월여만에 7조원을 지방재정으로 확보한 셈이다.
이 결정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됐다. 특히 이날 회의에는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방시대위원장이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방시대위원장에게 지특회계 예산 사전조정권을 부여하기로 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올해 지특회계 규모는 14조7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자율계정이 3조8000억원이다. 정부는 우선 지특회계 중 지방이 자유롭게 기획·집행할 수 있는 자율계정 예산을 10조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경수 위원장은 “지방의 재정 자율성을 대폭 강화해 지역이 국가성장의 주체가 되는 국가균형성장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지특회계 예산 증액은 국고보조금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대를 모은다.
국고보조금은 지난해 기준 89조3000억원으로 지방재정 중 의존예산의 한 축인 보통교부세(66조8000억원)를 크게 앞질렀다. 2010년 두 예산 규모가 뒤집힌 이후 줄곧 이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사회복지 등 보조사업 수행에 따른 대응지방비(매칭 예산)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고보조금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업 상당수가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3년 주기로 연장평가를 하고 있는데,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폐지·통폐합·감축 등급을 받은 사업이 평가대상 1903개 중 1003개(52.7%)를 차지할 정도다. 유사·중복성도 심각한 수준이다. 부처 간 중복뿐 아니라 부처 내, 심지어 한 부처의 동일 사업 내에서도 중복이 있을 정도다.
공모형 보조사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공모사업은 지자체간 불필요한 경쟁과 행·재정 낭비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시도지사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공모사업 수는 112개였는데 2020년 185개로 늘었다. 예산 규모도 3조원에서 8조원으로 커졌다. 더 심각한 건 공모사업의 보조율이 전체 보조율보다 낮아 지자체 재정부담이 더 크다는 점이다. 실제 2020년 공모사업 보조율은 53.1%로, 전체 국고보조사업 보조율(67.1%)보다 14%p나 낮았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도 국조보조사업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장관은 지난 13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유사한 성격의 예산들을 묶어서 지방에 내려주고 큰 사업목적만 정해주면 알아서 집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각 부처가 자신들이 쥐고 있는 것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가 포괄보조사업 확대에 이어 보통교부세율 인상, 지방소멸대응기금 확대 등 다른 지방재정 확충 방안에도 속도를 낼지 관심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과제에 ‘5극 3특 대응’을 목적으로 지방교부세율 상향을 명시했다. 윤호중 장관은 현재 내국세의 19.24%인 지방교부세율을 22%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7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공언한 내용이다. 윤 장관은 “22%는 단계적 목표일 뿐, 장기적으로 추가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확대도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해마다 1조원씩 10년간 10조원을 지원하는 기금인데, 구체적인 증액 규모와 지원기간 연장 계획이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정부가 지방소비세율과 지방소득세율 인상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지방소비세는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24.7%를, 지방소득세는 국세인 소득세의 10%를 지자체에 배분하는 지방세목이다.
이에 대해 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정부가 국정과제를 통해 지방재정 확충 의지를 밝힌 만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에 지방소비세율 인상, 지방소비·소득세율 인상 등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