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투자자들, 해외상장 ETF 더 선호
과세 방식 차이로 자금 국외 유출되는 결과 초래
국내·해외 ETF 시장 간 과세 형평성 제고 필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늘어나면서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매수세도 빠르게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고액 투자자들이 해외 상장 ETF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국내외 세제 및 규제 격차, 개인투자자의 위험 선호가 맞물린 구조적 현상으로 해석된다. 특히 국내·외 과세 방식 차이는 국내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와 해외 상장 ETF 간 과세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9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상장 ETF 잔액은 약 50조5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이후 해외 상장 ETF에 유입된 국내 투자자 자금은 약 37조3000억원이다. 같은 시기 ETF를 포함한 전체 해외주식 보유 금액의 27%다.
특히 올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액과 거래대금 중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9%, 46%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며 “우리나라 투자자는 해외주식 외에도 해외 상장 ETF를 활발히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해외자산 ETF의 규모는 올 6월 말 기준 약 77조1000억원이다.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상장 해외 ETF에 유입된 자금은 약 62조5000억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해외 상장 ETF의 상대적 비중은 각각 65%, 60%에 달한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 상장된 해외 ETF의 규모가 빠른 속도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ETF 역시 꾸준히 거래했다”며 “이의 원인은 해외 상장 ETF가 보유한 높은 유동성과 운용 효율성, 넓은 자산군 등 경쟁 우위 때문이 아니라 국내와 해외 ETF 시장 간 과세 체계 격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TIGER 미국S&P500과 같이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는 세법상 신탁형 펀드로 분류되어, 매매차익과 분배금 모두 배당소득세로 과세된다. 여기서 배당소득세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는데,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는 투자자는 최고 49.5%에 달하는 누진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반면 SPY, QQQ와 같이 해외 상장 ETF에서 발생한 분배금은 국내 상장 ETF와 똑같이 배당소득세로 과세되지만, 매매차익의 경우 해외주식과 동일하게 양도소득세(22%)로 과세된다. 양도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합산되지 않는 분리과세 대상이다. 이로 인해 금융소득이 큰 고액 투자자일수록 해외 상장 ETF를 선호할 유인이 크다.
해외 상장 ETF 선호 요인 중 하나는 국내 투자자의 고위험 상품 선호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ETF의 구조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며 “반면 해외 시장은 국내보다 규제가 덜한 만큼, 고배율 파생형 ETF가 가능하고 단일종목의 가격을 다양하게 추종하는 상품도 상장되어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세제 차익은 주로 고액자산가의 절세 목적 수요를 자극하고, 국내외 거래소 간 상품 규제의 격차는 고위험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해외로 확장시키고 있다”며 “이 두 경로는 서로 다른 투자자 집단을 대상으로 하지만, 모두 국내가 아닌 해외 상장 ETF 시장으로 자금이 유출되는 공통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