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제거하고 런처 후방 이동”
교량붕괴사고 조사 결과
지난 2월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세종~안성고속도로 교량 붕괴사고의 결정적 원인은 전도방지시설(스크류잭)을 임의로 제거했기 때문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방이동 작업만으로 안전인증을 받은 런처(상판 대들보 역할을 하는 ‘거더’를 인양·설치하는 장치)를 후방으로 이동시킨 것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19일 세종~안성고속도로 제9공고 청용천교 붕괴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리책임이 있는 원청업체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영업정지를 검토하고 나섰다.
이번 붕괴사고는 청용천교 상부 ‘거더’(다리 상판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구조물)를 ‘런처’장비로 설치한 뒤 런처가 후방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거더가 전도되면서 발생했다.
스크류잭과 같은 전도방지시설은 거더가 안정화된 뒤 해체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해당 작업을 담당한 하도급사는 거더 안정화 전 스크류잭 120개 중 72개를 임의로 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홍섭 사조위원장은 “구조 해석 결과 (런치가) 후방 이동을 해도 스크류잭이 제거되지 않았다면 붕괴하진 않았다”며 “스크류잭 제거가 붕괴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발주처인 도로공사의 검측 매뉴얼은 공사 목적물이 아닌 임시시설 검측을 직접 수행하지 않고 시공사에 맡기는 것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검측 주체인 현대엔지니어링은 하도급사인 장헌산업이 스크류잭을 제거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사조위는 런처와 관련해서도 관리 부실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현장에서는 런처가 전방이동 작업만 가능하도록 인증 받았으나 도로공사와 현대엔지니어링이 승인한 안전관리계획서에는 후방이동 작업까지 포함돼 있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시공계획 상 런처 운전자와 사고 당일 실제 운전자가 서로 다른 것도 관리·감독하지 못했다.
작업일지 상의 운전자가 다른 크레인을 조종하기 위해 현장을 이탈한 것도 알지 못했다.
가설 구조물의 구조 안정성 확인은 시공사에 소속되지 않은 전문가가 맡아야 하지만 해당 현장에서는 시공사 하도급사 소속 기술사가 확인을 담당한 것도 위법 사항으로 지적됐다.
이번 사고조사위 조사 결과는 경찰 고용노동부 지방자치단체 등 관할 행정청에 통보된다.
사망자가 발생한 부분은 경찰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관할 고용노동청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여부는 관할 지자체가 각각 판단한다.
국토교통부는 행정처분 심의위원회를 거쳐 직권 처분하는 절차도 진행한다. 경우에 따라 지자체와 국토부로부터 이중으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는 결과도 나올 수 있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현대엔지니어링은 중대 사고가 발생했고 사망자 수가 많아 국토부가 직권 처분을 할 계획”이라며 “이의신청이나 청문 과정 등 행정처분심의위원회 절차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선철 기자 sc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