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강제징용 합의 뒤집지 않는다”
이 대통령, 방일 전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
국가간 협의 강조 …새 한일공동선언 기대
동결→축소→비핵화 3단계 북핵구상 제시
취임 후 첫 일본 방문을 앞둔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국가로서 약속이므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전 정부의 한일 간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핵문제에 대해선 3단계 비핵화 구상을 내놓으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21일 공개된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 국민으로서는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전 정권의 합의”라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앞서 박근혜정부는 2015년 일본 아베정권과 위안부 문제에 합의했고, 윤석열정부는 2023년 강제징용 피해 소송 해결책으로 한국정부 산하 재단이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를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정책 일관성과 국가의 대외 신뢰를 생각하는 한편 국민과 피해자·유족 입장도 진지하게 생각하는 두가지 책임을 동시에 지고 있다”며 양국이 장기적이고 “보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논의를 이어갈 것을 제안했다. 또 한국 국민의 감정에 대한 배려를 요청하며 “경제적 문제 이전에 감정의 문제이므로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과는 상대의 다친 마음이 치유될 때까지 진심으로 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한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목표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며 “한국정부는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적극적인 남북대화를 통해 핵을 동결 축소 폐기까지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북 대결정책보다는 평화적으로 서로 공존하고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동번영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며 “우리가 한발 앞서서 문을 열고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고, 적대감을 완화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부터 이틀간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 이를 앞두고 이 대통령은 한일관계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매우 중요한 존재”라며 “한국도 일본에 유익한 존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에 이익이 되는 길을 발굴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넓혀 가야 한다”며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 양국이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높이 평가하면서 “선언을 계승해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공동선언을 발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일본에 이어 미국을 방문하는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하고 일본에도 미일동맹이 (외교 정책의) 기본 축”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한미일 3국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한일, 한미일협력이 강력한 토대가 돼야 한다”며 “경제든 안보든 기본축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관계”라고 거듭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한달간 시범적으로 시행됐던 한일 전용 입국심사에 대해선 “합의가 이뤄지면 재설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일본이 요구해 온 일부 지역 수산물 조기 수입에 대해서는 곤란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일본 일부 지역 수산물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신뢰는 개별 문제”라며 “한국 국민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