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WEC<웨스팅하우스> 계약, UAE때 보다 실속"
수주총액 대비 기자재 구매·기술사용료, UAE 원전 11~16% vs 체코원전 9%
윤석열 정부가 체코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주를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사와 불평등 계약을 체결했다는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최소 1조원 이상의 현금이 WEC 측에 넘어가도록 설계됐다는 지적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 원전 수출 쾌거를 올렸던 UAE 바라카원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조건이 더 좋다는 주장도 나온다.
22일 국내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2009년 UAE와 원전 4개 호기(1400MW급×4기, APR1400) 건설계약을 체결했다. 수주금액은 186억달러(약 26조원, 2025년 8월 22일 환율 기준)였다.
이중 원자로냉각재펌프 계측제어시스템(MMIS) 등 WEC 기술을 사용한 분야는 사전 동의를 구했고, 관련 부품을 공급받았다. 업계에서는 사업자인 한국전력이 당시 WEC에서 구매한 기자재 규모가 약 20억달러(2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총사업비 186억달러를 고려하면 4호기에 20억달러 어치를 구매한 셈이니 사업비의 10.8%에 해당하는 규모다.
나아가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2024년 10월(당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국정감사에서 “바라카원전에서 WEC가 가져간 몫은 주기기 41%의 일감과 기술자문료 등을 포함해 최소 29억달러, 한화로 3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경우 전체 수주액의 15.6%로 두산에너빌리티 몫보다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드러난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공사 및 WEC간 타협 협정서’는 UAE 바라카원전 계약보다 좋은 조건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계약은 한수원이 한국형 원전을 수출할 때 원전 1기당 6억5000만달러(약 9100억원) 어치의 물품 및 용역구매 계약을 WEC에 제공하고 1억7500만달러(약 2500억원)의 기술 사용료도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개 호기당 8억2500만달러(약 1조1500억원) 규모다.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원전 2개 호기를 4000억코루나(약 26조5000억원)에 수주했다. 따라서 2개 호기에 지급해야할 기자재 구매와 기술사용료는 약 2조3000억원으로, 수주총액의 8.7%(2조3000억원) 수준이다.
국내 원전업계 관계자는 “수주금액 대비 기자재 구매 및 기술사용료 지급 비중을 비교해보면 UAE 바라카원전때보다 체코 두코바니원전에서 WEC에게 지급해야할 비용이 적은 셈”이라며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할 경우 오히려 과거보다 실속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계약기간이 50년에 달해 원전주권을 침해당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원전 사업주기(기본계획 수립~건설준공)가 통상 10년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소형모듈원전(SMR)도 현재 설계단계에 있어 기술자립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WEC는 미국에 위치한 세계적인 종합 원자력기업으로 꼽힌다. 원자력연료 생산과 원전 설계·운영·관리에 이르기까지 원자력과 관련된 다방면의 사업을 담당한다.
현재 이 회사의 대주주는 캐나다계 사모펀드인 브룩필드 비즈니스 파트너스로 5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49%는 캐나다 소재 우라늄 회사인 캐메코(Camec)가 소유했다.
브룩필드는 2014년 한국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2016년 서울국제금융센터(IFC)를 인수했으며 이후 인프라·신재생에너지시장에도 진출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