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내일신문 공동기획 | ‘에너지절약 온도주의’ 캠페인
“여름철 실내 적정온도는 26℃입니다”
기후변화 → 에너지소비 증가 → 온실가스 발생 → 기후변화 반복 악순환 막아야
올 여름 유난히 더운 나날이 지속되고 있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절기 ‘처서’인 23일에도 무더위는 가시지 않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대구와 구미의 한낮 최고기온은 각각 37.2도, 37.1도까지 치솟았다. 제주 서귀포는 열대야 현상이 50일째 이어지고 있으며, 부산·강릉은 9일, 서울·인천은 7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났다. 열대야는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기온이 25도를 넘으면 쉽게 잠들기 어려워 더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올 7월 하순에는 국내 183개 육상 기상특보 구역 중 161곳에 폭염경보, 20곳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렇게 더우니 그 어느 해보다 냉방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냉방도 마음껏 할 수 없는 현실. 국가적으로는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3% 이상이다 보니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간단치 않은데다, 개인적으로는 과도한 전기요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본 주민들은 절로 ‘악’ 소리가 나온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평균 폭염일수 14.5일, 서울 기준 23일 열대야란 유례없이 무더운 7월을 보내며 에어컨을 켠 결과다.
이러한 이상고온 현상은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고,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상황도 아니다. 세계 곳곳이 폭염에 시달린다거나 태풍·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기후변화→에너지소비 증가→온실가스 발생→기후변화 등 악순환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를 늦추고, 현재는 물론 미래세대에게 건강한 삶의 환경을 남겨주려면 에너지 절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란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픽토그램 통해 인식·행동변화 유도 =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에너지절약 온도주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온도주의는 ‘온도를 주의(注意)하자’, ‘온도주의(主義)자가 되자’는 중의적 의미다. 온도주의 픽토그램은 우리에게 친숙한 온도계 이미지 상단에 냉방 26℃, 하단에 난방 20℃를 접목시켜 디자인했다. 온도주의 캠페인은 이렇게 디자인된 픽토그램(Pictogram)을 상가 및 건물 출입문, 냉난·방 가전기기 등 에너지절약이 필요한 생활 곳곳에 노출시킨다.
국민들이 픽토그램을 보면 자연스럽게 △냉·난방 적정온도 준수 △문 닫고 냉·난방이라는 핵심 메시지가 연상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발적 인식제고 및 행동변화 유도를 가져오기 위함이다.
2024년부터 전개한 이 캠페인은 공식 홈페이지(온도주의.kr)에서 온도주의를 소개하고, 대한상공회의소 등 협·단체와 협업해 온도주의 스티커를 무료 배포하고 있다. 또 네이버 해피빈, 요기요 등 파급력 있는 플랫폼과 연계해 입점업체 대상 온도주의 안내(22만개 업체), 참여상점 모집(240개) 및 홍보 키트를 배포했다. 온도주의 굿즈 크라우드 펀딩으로 234만원을 달성하고, 응원댓글 이벤트에 약 6000명이 참여하는 등 국민들의 능동적 참여도 이끌고 있다.
◆민간기업·공공기관과 온도주의 협업 캠페인 = 산업부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과 온도주의 협업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LG 씽큐앱)과 연계해 여름철 에어컨 희망온도 26도를 독려하는 ‘ThinQ 26℃ 챌린지’를 추진한다. 지난해 5만2000명이 참가한데 이어 올해 추진된 시즌 2에는 이미 참여인원이 6만명을 넘었다. 이벤트 기간 에어컨 사용시간의 10시간 이상을 26도 이상으로 설정한 이용자 중 평균온도가 높은 순으로 등급을 설정해 등급별 상품도 제공한다.
롯데GRS는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 도넛 등을 통해 온도주의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이들 2000여개 매장에 온도주의 스티커를 배포했으며, 올해 추진 중인 냉방온도를 1℃라도 더 높이자는 ‘1℃ 미라클 챌린지’는 현재 6000명이 넘는 참가자를 모집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우리나라 대표 관광 이벤트인 ‘숙박세일 페스타’와 연계해 ‘온도주의 여행’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관광객 1만명 이상이 숙소 냉방온도(26℃) 준수, 외출시 카드키 뽑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에 동참했다. 관광공사는 에너지절약 여행에 동의하는 참여자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경품도 지급한다.
온도주의는 대한민국 대표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와도 함께 한다. 롯데 자이언츠는 홈구장인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을 대상으로 온도주의 거리캠페인을 펼치고, 경기 중 전광판을 통해 온도주의 홍보영상을 송출하는 등 온도주의가 스포츠에 접목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고 있다. 야외부스와 구단 유니폼을 활용한 온도주의 동참도 독려하고 있다.
◆에너지절약으로 건강지키고 전기요금 아껴 = 이종혁 광운대 교수는 “기후위기 영향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에너지절약은 가장 기본적은 사회질서 중 하나가 됐다”며 “국민 한분 한분의 작은 에너지 행동변화가 모인다면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여름(26도) 겨울(20도) 적정온도 확인하기 △항상 안쓰는 조명은 끄고, 플러그 뽑기 △문닫고 냉·난방하기 △고효율조명(LED등) 사용하기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제품 사용하기 △세탁은 한번에 모아서 하기 △샤워시간 3분 줄이기 등을 통해 실천할 수 있다.
산업부와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개문냉방시 전력사용량은 66% 늘어나고, 전기요금은 33% 증가한다. 실내와 실외의 적정 온도 차이는 약 5도 정도다. 가정이나 상점에서 에어컨 온도를 26도에 가깝게 1도 만이라도 높인다면 전력 사용량의 4.7%를 절감할 수 있다.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를 맞추면 건강도 지키고 전기요금도 아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또 에어컨의 효율적인 사용방법도 알아보고 실천하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에어컨은 실외기 작동 방법에 따라 정속형, 인버터 형으로 나뉜다, 정속형은 설정온도에 도달해도 실외기가 일정하게 돌아가는 방식이고, 인버터형은 원하는 온도가 되면 저속으로 돌아간다.
일반적으로 2011년 이후 출시된 제품, 그리고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 1~3등급인 제품은 인버터형일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설정온도에 도달하더라도 에어컨을 끄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올바른 사용 방법이다. 정속형은 반대로 내가 원하는 온도가 되면 작동을 멈추고, 다시 더워지면 켜주는 것이 조금 귀찮더라도 효율적이다.
아울러 에어컨 필터 먼지를 물로만 씻어줘도, 냉방효율을 3~5% 높이고 전기요금도 아낄 수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