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회사채 발행 15조 늘어…석화기업 하반기 발행 확대 필요
정부, 산업재편 추진 ‘자구노력’ 강조 … ‘시장 차입금’ 차환해야
‘생산량 감축’ 등 선행 후 금융지원 … 구조조정해야 회사채 발행 가능
올해(1~7월) 회사채 발행 규모가 170조원에 육박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5조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채 등을 제외한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40조8100억원으로 4조원 이상 늘었다. 특히 최근 동원F&B는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12배가 넘는 투자금이 몰리자, 회사채 발행 규모를 2배로 늘렸다.
미국이 9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회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 높아지고 있다. 위기에 몰린 석유화학기업들이 금융권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시장성 차입금을 자체 해결해야 하는 시점에 회사채 투자 열기가 확산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2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7월 중 주식·회사채 공모 발행액은 28조2484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2943억원(17.9%) 증가했다.
주식은 대규모 IPO(기업공개)와 유상증자 실시 등으로 전월 대비 4조4212억원(1127%) 증가했다. 회사채 발행은 23조4349억원으로 전월 대비 1269억원(0.5%) 감소했지만, 전년 동월(20조1036억원) 대비 3조3313억원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169조1335억원으로 전년 동기(153조3506억원) 대비 15조7829억원(10.3%) 증가했다.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40조8100억원으로 전년 동기(36조6985억원) 대비 4조1115억원(11.2%) 증가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시장성 차입금을 자체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반기에 회사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석유화학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매출원가율 평균이 98.6%에 달하는 등 경쟁력을 사실상 상실한 상황이다. 제품 판매가가 100원이라면 원가가 98.6원을 차지하기 때문에 판매관리비 등을 포함할 경우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적 적자 상황에 처해있다.
구조조정과 금융권의 지원 없이는 이들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투자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
정부는 지난 20일 국내 10대 석유화학기업들과 ‘사업 재편 자율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전체 나프타분해설비(NCC) 용량 1470만톤의 18~25%(270만~370만톤)를 감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목표치로 제시된 생산 용량 감축이 이뤄지면 이들 기업들이 어느 정도 경쟁력이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1일 5대 시중은행, 정책금융기관 등과 함께 ‘석유화학 사업재편 간담회’를 열고 석유화학업계의 안일한 인식에 대해 질타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정부의 ‘선 자구노력, 후 지원’에 대해 석유화학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과 관련해 “물에 빠지려는 사람을 구해주려 하는데 보따리부터 먼저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경고했다. 권 부위원장은 “안이한 인식에 대해 정부로서는 유감을 표한다”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선 자구 노력과 채권단의 협조가 유기적으로 질서정연하게 진행돼야 이 문제를 유능하고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먼저 생산 시설 감축안을 비롯한 대주주의 자구노력 등이 포함된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채권 은행들로부터 사실상 검증에 가까운 평가를 받아야 한다. 채권 은행들이 실사를 통해 기업들의 자구노력이 구체적이고 타당한 계획을 담고 있는지, 얼마나 신속하게 실행될 수 있을지 등을 엄정하게 평가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철저한 자구노력과 고통분담, 신속한 실행이라는 구조조정의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시장성 차입금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구조조정 노력이 시장에서 평가를 받아야 하고, 이들 회사가 발행한 회사채에 투자해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돼야 한다.
석유화학기업들이 차환 목적의 회사채 발행을 늘릴 경우 올해 회사채 발행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목적을 보면 시설투자는 크게 줄고 채무상환 목적의 차환 발행이 크게 늘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일반회사채 발행액(40조8100억원) 중 81.7%(33조3647억원)는 차환 목적의 발행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74.0%) 보다 비중이 7.7%p 늘었다.
시설투자 목적 발행액은 1조352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8980억원) 대비 1조8628억원(64.3%) 감소했다.
한편 7월말 기준 전체 회사채 잔액은 725조5888억원으로 전월(720조2144억원) 대비 5조3744억원(0.7%) 증가했다. 일반회사채는 7월 중 상환금액(3조6160억원)이 발행금액(2조9780억원)을 초과했다. 다만 1~7월 기준으로는 순발행(5조8600억원)을 유지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