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회계처리 외부감사인에 숨기면 ‘고의 분식회계’

2025-08-28 13:00:02 게재

증선위, 고의성 판단기준 정해 … 회계부정 제재강화

회사 과징금 1.5배, 개인 2.5배 상향 … 내년 상반기부터

권리만 있고 책임 피한 회사 실소유자에 대해서도 부과

금융당국이 회계 부정을 저지른 기업과 개인의 과징금 부과액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경제적 제재 강화를 통해 분식회계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고의 분식회계에 대해 회사는 약 1.5배, 개인은 약 2.5배 과징금 부과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판단이 애매할 수 있는 고의성에 대해서는 주요 회계처리 사안을 외부감사인에게 의도적으로 누락했는지 여부를 중요한 내부 기준으로 잡았다.

27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정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회계부정 제재 강화방안’을 논의한 후 발표했다. 권대영 증선위원장은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재무제표 허위공시 등 회계부정 범죄는 경제적 유인을 박탈하는 수준까지 과징금을 부과해 엄정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과 관련한 대통령의 지시를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금융당국은 감사자료 위변조, 은폐·조작 등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고의 분식회계에 대해 횡령·배임, 불공정거래 연관 사건과 동일한 최고 수준으로 과징금 금액을 상향하기로 했다.

제재 양정시 위반내용(40% 비중)에 대한 중요도를 현재 ‘중’(2점)에서 ‘상’(3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전체 중요도 점수가 올라가 부과기준율이 높아지면, 과징금 부과액이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위반금액이 300억원인 경우 현재 과징금 부과액이 45억원이라면, 중요도 점수 상승으로 부과액은 60억원으로 33% 증가한다.

금융당국이 최근 3년간 고의적 분식회계 사건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과징금은 약 34% 증가(최소 21%~ 최대 115%)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의성에 대한 판단은 △경제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은폐·축소하였는지 △중요한 회계처리 이슈에 대해 외부감사인에게 충분히 알리고 협의했는지 △투자자에게 의미있는 정보를 충실히 공시했는지 등을 종합 고려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외부감사인과의 협의 여부를 의미있게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부감사인에게 허위 자료를 제출했거나, 있는 사실을 의도성 있게 누락 또는 숨겼다면 고의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며 “그동안 증선위 논의 과정에서 외부감사인과 관련해서 고의로 판명된 사건들이 꽤 많았다”고 말했다.

회사의 과징금이 늘어나면 관련된 회사 관계자의 과징금도 증가한다. 현재 회사 관계자의 과징금 부과한도는 회사 과징금의 10%로 연동이 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에는 부과한도를 현행 10%에서 20%로 상향하고 책임에 비례해 과징금을 차등부과하기로 했다. 회사 과징금이 늘어나는 만큼 개인 과징금이 증가하는데, 부과한도까지 10%p 상향되면서 개인 과징금 증가 예상치는 2.5배 가량 된다.

최근 3년간 과징금 부가사건을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고의 분식회계 가담자에 대한 과징금은 44%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보다 과징금 증가폭이 커진다는 얘기다.

기업 실소유주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현재 분식회계 주도·가담자 등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회사로부터 보수, 배당 등 금전적 보상’을 받은 경우만 가능하다.

따라서 사실상 분식회계를 주도·지시했음에도 직접 받은 보수가 없거나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면서 계열사로부터만 보수를 받은 경우에는 과징금을 부과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기업 실소유주는 권리만 행사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다.

이번 방안에는 회사로부터 받은 직접적인 보수가 없어도 사적 유용금액 등 분식회계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있는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계열회사(회계기준에 따른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 회사 집단)로부터 보수·배당 등을 받은 경우에도 해당 금액을 ‘경제적 이익’에 포함할 계획이다.

상법에 명시된 업무집행지시자를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업무집행지시자는 △회사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한 자 △이사의 이름으로 직접 업무를 집행한 자 △이사가 아니면서 명예회장·회장·사장·부사장·전무·상무·이사 기타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해 회사의 업무를 집행한 자를 말한다.

회계부정에 가담했지만 과징금 산정이 곤란하거나, 사회통념에 비춰 금전적 보상이 현저히 적은 경우에는 과징금 ‘최저 기준금액’을 신설·적용하기로 했다. 최근 3년간 과징금 부과자 평균연봉(2억6000만원) 등을 고려해 ‘경제적 이익’의 최저 기준금액을 1억원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이번 방안의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개인 과징금 부과한도 상향 등 법 개정사항은 연내 의원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을 추진하고 시행령 등 법 개정 없이 추진 가능한 사항은 연내 입법예고 등 관련 절차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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