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기후 공시기준 이행률 31%에 그쳐

2025-09-05 13:00:02 게재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간·인증 늘었지만 품질은 떨어져

회계법인 인증 기업 공시품질 우수, 비율은 6%에 불과

상장기업들의 지속가능성 보고서(환경·사회·지배구조, ESG 공시) 발간과 인증이 늘고 있지만 공시기준 이행률은 30%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기준 이행률이 떨어지면 기업의 그린워싱(친환경인 것처럼 위장)을 방지하기 어렵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3일 개최한 ‘제20회 지속가능성인증포럼’에 발표자로 나온 기도훈 한밭대학교 교수가 분석한 지속가능성 보고서 현황에 따르면 2023회계연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한 상장기업(코스피·코스닥)은 356개로 전기(325개) 대비 9.5% 증가했다. 전년 증가율( 35%)보다 둔화됐지만 2015년 70개에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356개 상장기업 중 인증을 받은 곳은 335개로 인증비율은 94%에 달했다. 전기(91%) 대비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조직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제정한 국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중 하나인 IFRS S1(지속가능성 관련 일반 공시 기준)과 IFRS S2(기후 관련 공시 기준) 이행률은 평균 30%에 불과했다.

2023회계연도 기업들이 발간한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IFRS S1 이행률은 평균 33%, IFRS S2 이행률은 31%로 나타났다. 기후 관련 공시 기준인 IFRS S2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 공시 이행률은 평균 61%로 비교적 높았지만, 기후회복력(기후충격 대응력) 공시 분석에 사용한 사업의 범위(분석에 사용된 사업장 위치 및 사업 단위), 주요 가정, 분석이 수행된 보고기간 등에 대한 공시이행률은 평균 3% 수준으로 저조했다.

또 Scope1과 Scope2 배출량 세분화에 대한 공시 이행률은 2%,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을 위한 측정 접근법, 투입 변수 및 가정 선택 이유에 대한 공시 이행률도 2%에 불과했다.

Scope1은 기업 자체 활동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 Scope2는 기업이 외부에서 구매한 에너지(전기, 열, 스팀 등)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말한다.

온실가스 배출목표와 관련된 제3자의 검증여부(7%), 온실가스 종류(5%), 목표 달성을 위한 탄소크레딧 사용계획(5%) 등도 공시가 미흡했다.

기 교수는 “작성기준의 적용 범위 및 준수 수준, 공시 정보별 포함된 사업장 범위, 특정 정보에 대한 미공시 이유 등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지속가능성 공시 정보의 유용성 감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실히 공시한 기업이 오히려 보고 비용 및 리스크 측면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적용 및 인증(의무화) 로드맵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신속한 로드맵 제시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 교수는 "분석결과 회계법인이 인증한 기업의 공시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제 지속가능성 인증기준, 품질관리 기준 등은 공시 총점과 유의한 관련성이 나타나지 않은 반면, 회계법인의 감사 전문성이 통계적으로 유의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2023년 회계법인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기업은 21곳으로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간 기업 중 6%에 그쳤다. 전년도 7%보다 줄었다. 한국경영인증원에서 인증을 받은 기업은 99곳(28%)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BSI코리아 인증 비율도 21%로 높았다.

이날 해외 지속가능성 보고 및 인증 모범사례를 발표한 배창현 강릉원주대학교 교수는 “인증 측면에서 국내 기업과 해외 사례 기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해외의 경우 회계법인 인증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인증기준, 윤리기준, 품질관리기준 모두 높은 수준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인증기준으로 해외에서는 ISAE3000(revised)를 주로 이용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AA1000 기준 및 자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국내의 경우 비회계법인에서 기존에 다양하게 관련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인증기관을 감사인으로 한정하기 보다는 ‘법정 감사인 및 독립된 인증 서비스 제공자’로 허용하되, 인가 및 관리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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