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회동한 김정은-시진핑 ‘불변의 우의’ 강조

2025-09-05 13:00:02 게재

북, 러시아 경도 속 균형외교 시동

‘한반도 비핵화’ 언급은 전혀 없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 8개월 만에 다시 손을 맞잡았다.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은 북러 밀착으로 거리가 벌어졌던 북중 관계를 복원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중 간 ‘불변의 우의’를 재확인하고 전략적 협력 강화 의지를 다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김 위원장을 환영하며 “중조(북중)는 운명을 함께하고 서로 도와주는 훌륭한 이웃이자 친구, 동지”라고 표현했다. 그는 국제정세가 변하더라도 북중 관계의 근본적 입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국제질서가 요동쳐도 북중 친선은 변하지 않는다”며 화답했다.

이번 회담은 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이뤄졌다. 특히 2018~2019년 북미 대화 국면 당시 네 차례 방중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김 위원장은 행사 기간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별도의 회담을 진행하며 북중러 삼각 외교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 결과문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과거 회담과 달리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완전히 빠졌다는 것이다. 이전 1~4차 회담에서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시 주석이 이를 지지하는 형식이 반복됐지만 이번에는 이를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국의 공정한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유엔 등 다자 플랫폼에서 조정을 지속하고 양측 공동이익을 수호하자”고 제안했다. 시 주석 역시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중국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경제협력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호혜적인 경제·무역 협력을 심화해 더 많은 성과를 거두고 싶다”며 “중국과의 밀접한 왕래를 통해 조선노동당의 건설과 국가 발전을 지원받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확대 속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다시 정비하고, 실질적인 경제지원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군사·경제 분야에서 밀착행보를 보여왔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에 전투병력과 탄약을 지원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를 “영웅적 행위”라며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이에 중국 내 일각에서는 북한의 친러외교에 대한 견제 여론도 있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외교적 균형을 맞추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회담은 약 2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시 주석은 연회를 열어 김 위원장을 환대했다. 회담에는 북측에서 최선희 외무상, 김성남 당 국제부장 등이, 중국 측에서는 왕이 외교부장과 차이치 서기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 날 밤 전용열차를 이용해 귀국길에 올랐다.

미국 주요 언론도 이번 회담에 주목했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북한은 러시아 중심의 외교에서 다시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듯하다”며 “우크라이나전쟁 종료 후를 대비하거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비하는 포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중국은 오랜 기간 북한의 주요 후원자였다”며 북중 관계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북한은 이번 방문을 “조중 친선의 불변성과 불패성을 과시한 역사적 계기”라고 평가하며 향후에도 고위급 왕래와 전략적 협조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김 위원장은 베이징에 도착할 때 딸 김주애와 함께한 모습이 포착됐지만 이후 열병식이나 정상회담 일정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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