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 칼럼
K-컬처 K-푸드 인기, K-관광으로 잇자
K-컬처의 힘이 놀랍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삽입곡 ‘골든’이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 5주째 1위를 차지했다. 톱 100에 오른 케데헌 삽입곡이 5곡에 이른다. 골든은 미국 빌보드 ‘핫100’에서도 통산 3주 1위를 했다.
앞서 6월에는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연극·뮤지컬계 최고 권위인 미국 토니상 6개 부문을 거머쥐었다. 2016년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첫 공연을 한 창작 뮤지컬이 뉴욕 브로드웨이 진출 7개월 만에 이룬 쾌거다.
케데헌은 기존 1위 ‘오징어 게임1’을 제치고 넷플릭스 최고 인기 콘텐츠로 등극했다. 케데헌 등 K-콘텐츠의 인기몰이에 관광 성지로 부상한 곳이 적지 않다. 서울 도심 고궁이나 인사동을 넘어선 지 오래다. 서울 낙산공원, 북촌 한옥마을, 남산타워, 광장시장에 이어 부산 감천문화마을, 자갈치시장,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에 만든 해변열차 해운대 블루라인파크를 찾는다.
한복과 한의원, 목욕탕 체험도 인기다. 동대문구가 운영하는 서울한방진흥센터는 외국인들로 문전성시다. 케데헌 걸그룹 주인공이 목소리에 문제가 생기자 찾은 한(HAN)의원의 모델이 된 곳이다. 족욕 마사지 천연팩 등 한방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약재박물관에 약재를 구입할 수 있는 약령시장이 인접해 있어 여성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케데헌’ 인기몰이 외국인 관광객 급증
올해 1~7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828만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늘었다. 그 중 200만3466명(증가율 23%)이 부산을 찾았다. 인구 300만 부산에 200만 넘는 외국인이 방문했다. 올해 연간으로 300만명을 넘어설 기세다. 부산관광공사가 좋아하는 부산 음식을 묻자 외국인들은 돼지국밥을 1위, 부산어묵을 2위로 꼽았다.
K-팝, K-드라마, K-영화 등의 인기에 힘입어 라면 김밥 김치 등 K-푸드도 뜬다. 지난해 K-푸드 수출은 99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9.0%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수출도 51억6000만달러로 8.4% 늘었다. K-푸드는 독특하고 맛있는 식품으로 통한다. 미국 방송 NBC는 떡볶이를 먹을 때 행복을 느끼고 마음이 편해지는 ‘컴포트 푸드’로 소개했다.
K-푸드 절대 강자는 라면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주역인 불닭볶음면이 14억8000만개 팔렸다. 하루 400만개, 1초에 50개꼴이다. 13억개가 지구촌 곳곳에서 팔렸다. 덕분에 주가가 크게 올랐다. 지난 5년 주가 상승률은 1336%.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이를 엔비디아 주가 상승률(1279%)과 비교하며 삼양식품을 ‘한국의 면비디아(Myunvidia=라면+엔비디아)’라고 소개했을 정도다.
K-팝, K-드라마, K-영화, K-푸드 등으로 표출되는 한류 열기를 K-관광 붐으로 연결하자.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관광 외수(外需)’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는 장기화한 내수 침체를 보충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대인 2009만명, 관광수입은 202억5000만달러(약 2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명목 국내 소비의 2.5%에 해당한다. 한류 열기를 잘 활용하면 더 많은 외국인 방한과 관광수입 증대를 꾀할 수 있다.
서울 도심 호텔에서 지하철을 타고 몇 십분만 이동하면 오를 수 있는 산이 많다. 눈이 내리지 않는 동남아 지역 외국인에게 하얀 눈과 스키는 환상적인 관광레저상품이다. 풍광 좋은 곳에 위치한 사찰과 온천을 연계한 ‘산사 템플스테이+ 온천 숙박’ 패키지 상품도 매력적이다. 문을 닫는 지역학교를 체험형 리조트로 꾸미면 자연친화형 숙소로 활용할 수 있다. 영화·드라마 촬영지를 한번쯤 보고 싶어 하는 외국인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말기에는 너무 아쉽다.
인상적인 볼거리와 먹거리 풍광 체험 등을 통해 한국을 다시 찾고 싶게 이끌어야 한다. 지역 음식·관광업계가 바가지요금 근절을 자율적으로 실천하는 것도 긴요하다. 양방·한방 등 의료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관광과 연계하면 경쟁력을 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생활인구화하면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관광 외수’ 일으켜 내수 부진 타개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차별적으로 쏘아올린 관세폭탄을 비켜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굴뚝 없는 산업’ 관광이다. 미국에 투자해달라던 트럼프 정부가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300여명을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함으로써 통상외교 문제의 불확실성을 더했다.
정부는 경제성장전략에서 관광지 숙박 교통·안내 식음 쇼핑 체험 등의 6대 요소를 연계한 ‘K지역관광 토털 패키지’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K-컬처를 융합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K-관광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