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칼럼
에너지정책, 두 동강은 안 된다
행정안전부는 7일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총 11개의 개편이 포함되었는데그 중에서 필자의 눈에 가장 크게 띄었던 것은 3번째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이었다. 그 핵심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 일부를 떼어내어 환경부에 붙이고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하는 것이다. 당초 대선 공약은 기후에너지부의 신설이었다.
지금까지 에너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후는 환경부가 맡다 보니 엇박자가 있기는 했다. 기후 목표를 도전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활용한 발전량 목표를 과소하게 정해왔다. 정부는 이에 맞추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LNG의 도입을 위한 장기계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LNG 발전량이 줄지 않고 늘었다. 그러다 보니 장기계약이 아닌 현물시장에서 그때그때 비싼 LNG를 사오게 되고 이것이 발전원가를 상승시켜 한전의 적자가 커지거나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모순이 반복되었다.
선진국들도 에너지와 기후의 통합적 관리 필요성에 주목했다. 흥미롭게도 그 필요성을 해결한 방식은 제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산업 에너지 기후를 아우르는 대부처의 출범이었다. 예를 들어 영국 및 독일은 산업 에너지 기후를 통합한 부처로 각각 2016년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및 2021년 '경제기후보호부(BMWK)'를 신설했다.
산업, 에너지, 기후 통합이 글로벌트랜드
그래서 기후에너지부보다는 산업 에너지 기후를 합친 이른바 기후경제부의 출범이 우리에게 맞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와 기후의 통합도 중요한 시대적 과제이기에 많은 이들이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동의하면서 기대를 보냈다.
하지만 금번 에너지 부문 정부조직 개편방안은 특히 3가지 점에서 아쉬움을 갖게 만든다.
첫째, 에너지 부문을 환경부에 붙이는 정부조직 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조업 선진국 어느 나라도 그렇게 하고 있질 않다. 미국 독일 일본은 각각 에너지부, 경제에너지부, 경제산업성에서 에너지 전체를 관장한다.
둘째, 전기 및 가스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를 각각 환경부 및 산업통상부가 맡는 이번 개편은 이해되기 어렵다. 선진국 중 어디도 전기와 가스를 서로 다른 부처에서 규율하지 않는다. 세계 3위의 LNG 소비 대국이자 전체 전기의 28%를 가스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전기와 가스를 나누는 것은 곧 에너지 수급 위기 및 가격 상승으로 귀결될 수 있다.
셋째, 원전 건설·운영은 환경부가 원전 수출은 산업통상부가 맡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원전 관련 조직이 기존에 산업통상자원부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나눠져 있어서 비효율 및 혼란이 있었는데 이번에 3개 부처로 나누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조치다.
즉 에너지와 관련된 이번 정부조직 개편방안은 에너지의 ‘두 동강’ ‘이원화’ ‘따로국밥’ 등의 키워드로 정리된다. 하지만 제조업 선진국들의 경험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가장 바람직한 정부조직 개편 방향은 산업 에너지 기후의 통합이다. 적어도 산업과 에너지가 결별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글로벌 트렌드다.
2008년 기후에너지부의 출범으로 산업과 에너지가 결별했던 영국은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를 경험했다. 독일은 2021년 출범한 경제기후보호부에서 기후 부문의 힘이 막강해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었다. 이에 지난 5월 취임한 메르츠 총리는 경제기후보호부 신설이 잘못된 구상이었다고 지적하면서 기후를 환경부로 이관하고 경제에너지부를 출범시켰다.
물론 정부조직 개편방안이 나온 상황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물리고 기후경제부를 만들거나 현재 상태를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추후 의견수렴 및 조정 과정에서 이것 하나만은 반드시 반영되었으면 한다. 산업과 에너지의 결별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최소한 에너지 부문을 나누지는 말아야 한다.
국회입법 등에서 합리적인 후속 조치기대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2023년 기준 93.9%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부족국가다. 생존을 위해서는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가 필수조건이다. 아울러 수출주도형 경제를 이끄는 국가 주력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의 안정화도 중요한 생존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기능의 일원화가 필수적이다.
부존 에너지가 부족하면서도 제조업 강국이 된 독일 및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중요한 교과서다. 강대국들이 모여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나눴던 얄타회담에서처럼 에너지를 임의로 나눠서는 안 된다. 정부조직 개편방안의 공론화 과정 및 국회 입법과정에서 합리적인 후속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