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글로벌 핀테크 투자 5년내 최저

2025-09-10 13:00:01 게재

디지털 자산과 AI에 집중

삼정KPMG “투자 재편”

올해 상반기 글로벌 핀테크 투자액이 반기 기준 최근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관세 협상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투자액이 줄었다. 다만 디지털 자산과 인공지능(AI) 분야가 급부상하면서 산업 전반의 구조적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일 삼정KPMG(회장 김교태)가 발간한 ‘글로벌 핀테크 2025년 상반기 투자 결과 분석과 전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핀테크 투자 규모는 447억달러(2216건)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 542억달러(2376건) 대비 약 17.5% 감소했다. 특히 2분기 투자규모는 187억달러(972건)로 분기 기준 2017년 3분기 이후 최저다.

반면 올해 상반기 디지털 자산 및 통화 분야 투자 규모는 84억달러로 핀테크 분야 중 최대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해 연간 투자액(107억달러)에 근접했다. 주요 거래로는 케이맨 제도 기반 바이낸스의 20억달러 VC투자 유치, USDC발행사 서클의 11억달러 IPO가 있으며, 투자자들은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 인프라, 토큰화 플랫폼에 집중했다.

AI 기반 핀테크 기업에도 72억달러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생성형 AI(GenAI)와 에이전트형 AI(Agentic AI)를 활용한 효율성 개선 솔루션이 각광을 받았고,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운영 최적화를 위해 AI 도입을 적극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핀테크 산업을 견인해온 '결제' 분야는 투자 위축이 두드러졌다. 상반기 투자액은 46억달러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B2C 기반 결제 모델의 성장 한계로 매력이 감소했으며, 대신 API 기반 인프라, 크로스보더 결제, 실시간 정산 등 B2B 중심의 효율화 솔루션으로 관심이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전체 투자액의 절반 이상(267억 달러)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357억 달러) 대비 감소했고 글로벌 비중도 축소됐다.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은 137억달러를 기록, 지난해 하반기(111억달러) 대비 증가했다. 보고서는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금융 규제 완화, 샌드박스 활성화, ‘Tech EU’ 정책 등 혁신 친화적 제도가 투자 확대를 뒷받침했다”며 “특히 블록체인, 가상자산, AI 분야에 대한 샌드박스 확대가 글로벌 투자자의 시선을 모으며 투자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거래를 확대했다. 미국 블랙록이 사모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국 프레킨을 32억달러에 인수했으며, 독일 뮌헨리가 미국 보험시장 확대를 위해 넥스트 인슈어런스를 26억달러에 인수한 건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의 성공적인 IPO가 핀테크 회수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클의 상장은 향후 다른 가상자산 기업들의 IPO를 촉진해 핀테크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세호 삼정KPMG 핀테크 산업 담당 전무는 “2025년 상반기 핀테크 투자는 전략적 성격이 강했으며, AI로 무장한 기업들이 투자자의 주목을 받았다”며 “생성형 AI와 에이전트형 AI를 통해 비용절감 및 효율성을 높이는 스타트업은 향후 프리미엄 평가와 투자 유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스테이블코인 규제 정비와 서클 IPO 등으로 통화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한편 국내에서도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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