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칼럼

자연금융의 실험, 자연지분과 자연배당금

2025-09-16 13:00:00 게재

생물다양성 손실은 집단행동 딜레마의 전형적인 사례다. 손실에 따른 위험은 모두에게 광범위하게 적용되지만 그 문제 해결을 위한 역량과 노력은 제한적이고 개별적이다. 예를 들면 생물다양성 손실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취약한 공급망 위험에 노출되지만 그것을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개별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설 인센티브는 부족하다. 그런 배경에서 최근 들어 생물다양성 크레딧 시장 등을 통한 인센티브 제공과 함께 규제를 통한 생물다양성 보전 및 복원을 의무화하려는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기업들의 자연보전 및 복원 투자를 위한 동기부여로서 자연시장을 활성화하여 생태계서비스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고 생물다양성크레딧이나 자연지분과 같은 금융상품 또는 메커니즘과 제도에 관한 논의가 EU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 개인 토지소유주 또는 NGO 등이 이러한 금융상품 발행을 통해 보전과 복원을 위한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올해 7월 EU는 생물다양성과 자연복원에 대한 민간자본을 확대하기 위한 자연크레딧시장을 2027년까지 개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자연시장 메커니즘의 배경에는 보전과 복원에 필요한 자금에 비해 실제 가용한 자본이 훨씬 작은 격차가 존재한다. 쿤밍-몬트리올 협정의 참가국들은 2030년까지 손상된 생물다양성의 30%를 복원하기로 합의하였다.

EU ‘자연크레딧시장 로드맵’ 발표

‘쿤밍·몬트리올 국제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전망에 의하면 그 목표달성을 위해 매년 연간 7000억달러가 소요되는데 그 중 5000억달러는 기존의 자연파괴적 보조금을 전용해서 조달하지만 나머지 2000억달러는 정부 예산 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크레딧,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도 및 녹색채권 발행 등 민간의 혁신적 메커니즘에 의해 조달해야 한다.

EU는 2027년까지 생물다양성 보전 및 복원을 위해 정부 예산의 10%를 투입하고 외부로부터 그 2배의 금액을 조달하여 매년 필요한 자금 60억유로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EU 회원국들은 그 재원으로 자연복원규제나 GBF에서 정한 국가 목표 달성에 사용하거나 지속가능성 보고, 녹색금융 및 감축실적기반보상(RBP)으로 활용할 수 있다. RBP는 생물다양성 보전활동의 성과에 따라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로서 아일랜드와 스위스 등에서 성공적으로 도입한 바 있다.

브뤼셀에 본부를 둔 경제정책연구기관인 브루겔의 2025년 보고서는 크레딧 제도를 보완할 흥미로운 금융상품인 ‘자연지분' 을 제안하고 있다. 생물다양성 성과를 별도의 크레딧으로 상품화하는 대신 정부의 대규모 보전 및 복원 프로젝트에 민간이 지분투자를 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생물다양성 혜택을 투자자들에게 ‘탄소격리’ 또는 생물다양성 증진과 같은 형태로 ‘자연배당금’을 프로젝트 기간 동안 제공하는 구조다.

민간투자자는 사회공헌, 평판 제고, 위험관리, 규제준수 등을 위해 참여한다. 예를 들면, 유럽중앙은행 규칙에 의해 투자포트폴리오에 생물다양성과 기후위험을 고려해야 하는 EU의 은행들은 파리협정의 기후목표나 쿤밍몬트리올협정의 생물다양성 목표에 부합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에 자연지분 투자를 활용할 수 있다.

자연지분 투자상품은 생태계 향상과 투자자 수익률을 동시에 추구하여 대규모 장기 민간자본을 유치할 수 있고 발행시장에서의 대규모 자본조달과 유통시장에서의 유동성 확보에도 유용하여 성장가능성이 큰 상품이다. 평판효과를 노리는 생물다양성 크레딧 투자자는 일단 구매한 후 그 상품의 무결성 등에 관심이 없지만 자연지분 보유자는 유통시장에서 재판매할 수 있으므로 기초자산인 자연자산의 가치 유지에 관심을 가진다.

자연지분이 포트폴리오의 환경발자국을 상쇄하더라도 환경손상 자체를 상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자연에 손상을 주지 않아서 (예를 들면, 농업을 위한 벌채를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정부가 발행한 자연지분을 통해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공시 및 경영 실무 규제의 신호탄

자연자본관련재무공시(TNFD) 가이드라인은 기업들로 하여금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 관련 위험과 비즈니스 기회의 파악과 공시에 가이드가 되지만 동시에 곧 다가올 공시 및 경영 실무 규제의 신호탄이다. 즉, 공시 논의의 시작은 미래의 규제의 예고라 볼 수 있다.

아직 자발적 가이드라인이고 확정된 지 2년도 되지 않았는데 전세계 500개 이상 기업이 조기채택을 선언한 것은 기업들이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일본의 전향적 대응이 인상적이며 한국 상장 기업 중에서 88개 기업이 2025년 지속가능보고서에 TNFD 정보를 공시하여 관심과 노력이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야흐로 자연의 시대가 왔다.

SDG연구소 소장 인하대학교 ESG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