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 조직개편 추진 방침…내부 반발은 거세

2025-09-17 13:00:12 게재

2곳에서 4곳으로 분리, 업무 영역 놓고 줄다리기 팽팽

금감원, 제재·분쟁 지켰지만 중징계는 못해 ‘조직 축소’

‘밀실야합’ 비판 … 금소원 분리 최소화 ‘역할 한계’ 지적도

금융당국 수장들이 정부의 조직개편 추진에 반발하는 직원들에게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내부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6일 “이찬진 금감원장이 정부 결정을 충실히 집행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은 금융소비자, 더 나아가 국민은 뒷전으로 하고 윗선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한 형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비대위와 금감원 직원들은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에 대해 감독기구 간 책임회피·전가로 인해 오히려 금융소비자의 피해만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공적 기관인 금감원은 정부 결정을 충실히 집행할 책무가 있다”고 발언했다.

전날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취임식에서 직원들에 대한 편지 형식으로 “공직자로서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그 결정을 따르는 게 우리 책무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 한 관계자는 “현재 금융위를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와 신설되는 재정경제부(재경부)로 분리하는 것은 결정됐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력과 조직을 나눌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며 “행정안전부와의 밀실야합으로 진행되는 논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억원 신임 금융위원장(사진 오른쪽)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6일 금융위원장 집무실에서 첫 회동을 갖고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한 상호협력,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간 협력체계 강화를 약속했다. 사진 금융위·금감원 제공

금융위는 금감위와 재경부로 쪼개지고, 금감원은 금소원이 분리 신설되면서 현재 금융당국 조직은 2곳에서 4곳으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업무 영역을 놓고 조직간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제재·분쟁 기능을 금감위로 옮겨서 금감위 권한 확대를 추진했지만, 이찬진 금감원장의 강한 반대로 현행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금감원장이 행사했던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중징계 권한은 금융위(금감위)로 넘어간다.

여당이 발의한 금융감독체계 개편 내용을 담은 금융위 설치법과 은행법 등 일부 개정법률안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현재 은행·보험·여전·저축은행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중징계)는 금감원장이, 금융투자·금융지주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는 금융위가 조치권자다. 업권에 따라 제재 권한의 주체가 달라서 이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장의 권한이 축소된 것이다.

조직개편이 실행되면 금감원이 담당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업무는 금소원이 맡게 된다.

금감원은 현재 원장 1명, 부원장 4명, 부원장보 9명 체제에서 개편 후 부원장 3명, 부원장보 8명(회계 담당 1명 포함)으로 줄어든다. 금소원은 원장 1명, 부위원장 1명, 부원장보 3명으로 신설된다. 금소원은 금융상품 판매·광고 등에 대한 검사권과 제재권을 갖게 되고 필요한 경우 금감원과 공동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지방 이전 논란이 있었던 금소원 사무소는 서울에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분리되는 금소원 조직 규모가 현재 금감원 내에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와 비교해서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역할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행안부에서 발표한 조직 개편에는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을 담당하고, 금소원은 영업행위 감독과 분쟁 조정을 맡는다는 내용이었다. 영국과 같은 쌍봉형 감독체계 도입을 의미했다. 하지만 조직개편안을 담은 법률개정안에는 금소원의 역할이 금융소비자보호에 국한되면서 검사권은 있지만 사실상 ‘소봉형’에 가깝다는 해석이 많다. 이 원장이 기존 금감원의 권한을 지키고 금소원의 역할을 최소화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직 구체적인 업무영역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이를 세분화하는 일이 향후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금감원이 이세훈 수석부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입법 지원 태스크포스(TF) 가동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발의된 법률개정안에는 각 기관 간 업무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금감위와 재경부의 업무 분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이견이 많다. 크게는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으로 나뉘지만, 담보인정비율(LTV)을 포함한 거시 건전성 규제 권한을 어디에 둘지 의견이 갈린다. 또 자본시장과 관련한 업무를 분리해 재경부에 둘 경우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코스피 5000 등을 위한 각종 시장 관련 대책들이 시의성 있게 제시되고 실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