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칼럼

사법개혁 공론화할 기회다

2025-09-18 13:00:03 게재

사법개혁이 뜨거운 ‘국민의제’로 떠올랐다. 검찰개혁은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원칙을 확정하고 법제화 단계에 들어갔다. 이제부터 개혁의 목표는 법원, 사법부의 중심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사법부의 중추인 법원장들이 사법개혁을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방어선을 쳤다. 명분은 민주주의 근간인 삼권분립의 훼손을 앞세우고 있다.

원론은 맞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분산과 견제를 통해 국민주권을 수호하는 제도다. 미국 헌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임스 매디슨은 저서 '페더럴리스트 페이퍼'에서 “권력은 권력으로, 야심에는 야심으로 대항해야 제어된다”고 했다. 법에 의한 통치를 통해 권력의 독주를 막는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권력 내부의 권한통제도 포함된다. 근대 민주주의 헌법은 대부분 이 정신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헌법 103조에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며, 법관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법 독립성 보장이다. 현실적으로도 입법부 행정부와 비교하면 충분히 존중받고 있다. 국민이 선출한 행정부 수반 대통령도 탄핵했다. 입법부 국회의원도 불법 앞에서는 법원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반면 사법부는 법관이 현행범이라도 책임을 회피한다. 사법부가 독립성을 누리면서 내부 통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각종 선거법 위반 등 정치 재판과 12.3 내란 재판 과정에서 그 실상을 드러냈다. 그 증거는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 내란 사건 피고인 윤석열 석방 등 부지기수다. 여당인 민주당은 정치개입 혐의로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거론하고 있다.

사법개혁 최종 목표는 ‘판결의 균형’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치가 사법에 종속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동시에 사법부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개혁을 회피하는 정치현실까지 꼬집었다. 민주당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가 그렇다. 사법개혁이 아니라 내적 독립성을 강화하는 장치다. 사법부가 스스로 해야할 일을 입법부가 대신하는 꼴이다.

사법부가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개혁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라면서도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대법관 증원을 반대했다. 개혁보다는 법원의 참여만을 강조한 셈이다. 헌법이 보장한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은 없다. 아니 양심에 반하는 판결까지 독립성으로 감추려 한다.

사법개혁의 기준은 ‘재판의 분립, 집중 경계, 정당성, 절차적 신뢰' 이 네 축이 동시에 작동하도록 맞춰져야 한다. 민주주의 사법의 독립성을 견고하게 세울 수 있는 장치다. 미국의 법철학자 론 풀러는 “법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일반성, 공표, 소급 효력 금지, 명확성, 모순 금지, 준수 가능성, 지속성, 공표와 집행의 일치 등 8가지 원칙과 내재적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고 명료하게 제시했다.

사법개혁의 지향점은 법관의 양심을 규율하는 도덕성과 재판의 ‘균형’을 잡는 제도구축에 집중돼야 한다. 즉, 모든 재판은 설명 가능한 판결이 되도록 하고, 주요 공익 사건 재판은 알기 쉬운 언어로 설명하며, 판결문은 접근하기 쉽게 제도화하는 것이다. 나아가 법관이 법과 양심에 반해 법을 오남용했을 때 즉각적이고 엄정하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것이 개혁의 최종 목표인 ‘판결의 균형’이며 독립성의 본질이다.

사법개혁을 공론화하자. 현재 진행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대법관 증원은 개혁의 본질이 아니다. 민주당이 사법부의 오래된 과제를 해결해 주면서 개혁으로 호도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법관의 책임과 양심, 즉 재판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을 담보하는 제도개혁이 없기 때문이다. 공론화를 통해 개혁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개혁의 본질을 공유하여야 한다.

모두가 믿을 수 있는 재판 만들기

‘국민주권정부’의 사법개혁은 더 과감해야 한다. 법원행정처를 대체하는 ‘사법평의회’ 설치 같은 개혁의 본류에 다가서야 한다. 사평회는 판사와 변호사 학계 시민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제도다. 외부의 영향력은 최소화하고 내부에서 견제와 균형을 찾는 장치다. 사건 배당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무작위 배당, 외부감사 등을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을 차단할 수 있다. 특별재판부와 법관의 증원 또는 감축도 필요에 따라 언제든 가능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의 정점을 향하고 있다. 민주주의 세 기둥, 입법 행정 사법의 독립을 강화하는 책임, 책임을 보장하는 독립이 지향점이다. 독립 없는 책임은 정치 종속이고, 책임 없는 독립은 국민주권주의에 반한다. 사법개혁은 ‘강자의 법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믿을 수 있는 재판’ 만들기다. 시민이 내란을 극복한 국민주권시대, 사법의 독립과 책임이라는 ‘균형’을 찾고 제도화할 기회다.

칼럼니스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