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보유 공시기업 54개, 공정가치 3873억원

2025-09-22 13:00:18 게재

보유 기업수, 카이아·이더리움·테더 순 … 공시 편차 커

가격 2배 이상 올라 … 상장사 2588개 사업보고서 분석

국내 상장기업 중 2024년 사업보고서에 가상자산(코인) 보유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시한 기업은 54곳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들이 보유한 가상자산의 공정가치는 3873억원이다.

22일 한국회계학회가 발간한 회계저널 8월호에 실린 ‘가상자산의 회계처리, 공시 그리고 시장 반응’ 논문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된 기업 중 54개 회사가 가상자산과 관련된 유의미한 주석 공시를 하고 있으며 고객을 대신해 가상자산을 수탁해 보유하고 있는 기업(5개사)과 자체적으로 가상자산을 발행해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10개사)이 포함돼 있다. 금융당국은 2024년 사업보고서부터 상장기업들의 가상자산 공시 의무화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54개 기업이 보유한 가상자산의 총액은 장부가액 기준으로 1668억원, 공정가치 기준으로는 3873억원으로 집계됐다. 공정가치가 장부가액의 두 배를 상회하는 것은 보고기간 말 현재 가상자산의 시장가치가 취득원가 또는 과거 평가액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기업들은 97개 종류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장 많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은 ‘카이아’ 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아는 지난해 카카오가 개발한 클레이튼(Klaytn) 블록체인과 네이버 라인의 핀시아(Finschia) 블록체인이 통합·합의하면서 출범했다. 20개 회사가 카이아를 보유하고 있다. 그 다음은 이더리움(19개사), 테더(14개사), 비트코인(11개사) 순이다. 공정가치 보유액을 보면 카이아가 820억원으로 가장 많고, 비트코인 610억원, 테더 276억원, 이더리움 74억원 순이다. 기업들의 비트코인 취득가격 규모는 279억원이지만 공정가치는 2배 이상 올랐다.

회계처리 방식과 관련해 공시된 가상자산 중 기업이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비율은 98%로 매우 높았다. 91%가 무형자산으로 분류했고, 재고자산으로 분류된 경우는 3%다.

상장사 2588곳의 사업보고서와 공시현황을 분석한 나현종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가상자산을 통상적인 영업 과정에서 판매를 위해 보유하거나 관련 용역 제공 과정에 사용될 목적으로 보유하는 기업의 사례도 일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54개 회사의 산업별 분포를 보면 정보통신업에 속한 기업이 35개사(6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게임, 플랫폼,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등 신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보통신업 분야에서 가상자산의 활용 및 보유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나 교수의 설명이다. 그 다음으로는 제조업 9개사(17%), 도매 및 소매업 6개사(11%)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 및 보험업은 2개사, 숙박 및 음식점업과 협회, 수리 및 기타 서비스업은 각각 1개사로 낮은 비중을 보였다

주석 공시 품질을 평가한 결과 기업 간 편차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가상자산 주석공시 모범사례’에서 강조한 핵심 공시 항목들을 기반으로 총 7개 평가 기준을 마련해 분석한 결과 공시 품질(0~1점 사이) 평균 점수는 0.8로 산출됐다. 평균 점수는 높은 편이지만 기업에 따라 최소 0.14점에서 최대 1.0점까지 분포해 편차가 컸다.

가상자산 관련 주석공시 평균 글자수는 2799자로 나타났는데, 최소 70자에서 최대 1만7772자까지 분포가 매우 넓게 나타났다. 나 교수는 “일부 기업은 매우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반면, 다른 기업들은 최소한의 정보만을 공시해 기업 간 공시 수준의 편차가 큰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가상자산 공시 내용에 따른 주가 반응의 차이를 검증한 결과 현재 수준의 공시 상세성이나 평가 점수가 가상자산 보유량 정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유의하게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교수는 “투자자들이 아직 가상자산 관련 정보를 기업가치 평가의 핵심요소로 간주하지 않거나, 그 가치를 평가하는데 있어 불확실성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국내에서는 새로운 공시 의무화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이 미미했다는 점은 단순히 공시 규정의 존재만으로는 정보 유용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공시 내용의 질적 성숙과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도 증진이 병행돼야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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