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본격화로 자동차 수익성 저하
‘통상환경 변화’ ‘공급망 재편’에 비용 증가
3500억불 대미투자 타결 안돼 불확실성 커
미국발 관세 부담 본격화로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수익성이 저하됐다. 지난 2분기에만 현대차와 기아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률은 미국발 관세로 인해 2.1%p 감소했다.
시장전문가들은 관세 부담 반영으로 주요 완성차업체 실적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새로운 통상환경 변화와 공급망 재편에 따른 추가 비용과 투자 부담 확대로 인해 이익창출력은 약화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 등 한미 무역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인 점과 최근 미국 내 대규모 구금 사태로 드러난 사업환경의 불확실성이 업계에 미칠 영향도 크다.
23일 금융투자업계와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부과로 촉발된 통상환경의 변화는 미국 시장의존도가 큰 현대차그룹에 상대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는 미국 내 판매 물량의 30~50%를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 중이다. 그런데 현대차·기아의 경우 미국 판매량 2/3 상당인 67%가 관세 여파에 노출돼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의 관세부담이 실적에 반영되었음을 밝혔다. 양사의 월별 관세 부담액은 약 4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연간 5조원 수준이다. 이를 2024년 실적에 반영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3.5%p(-42.1%), 4.5%p(-37.9%) 하락할 수 있다.
향후 15%의 품목별 관세가 적용될 경우 월별 관세 부담액은 약 2500억원 내외로 감소한다. 연간 기준으로는 약 3조원 내외로 2024년 기준 영업이익률 하락폭도 현대차 2.2%p(-26.3%), 기아 2.8%p(-23.7%) 수준으로 완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금액 역시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관세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지난 2분기 양사 합산 영업이익률이 10.3%에서 8.2%로 2.1%p 감소 효과가 있었다”며 “우호적 환율 효과 및 고가의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익기여도가 높은 미국 시장에서 관세부과로 이익창출력이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3분기 이후부터는 관세부담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고, 통상환경의 변화로 높아진 비용과 투자 부담이 당분간 지속된다는 점이다. 미국 시장 내 경쟁 업체와의 상대적 관세율 차이에 따른 경쟁력 변화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이달 4일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인하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계 완성차 업체의 관세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4월 이후 미국이 수입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관세율을 인상하면서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관세로 인해 1조5000억~2조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해 수익성이 저하됐다”며 “또 미국 현지 신규공장 설립 등 설비 투자 확대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차입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미국의 25%관세 부과 지속으로 인해 부품 중소업체 포함 우리 자동차 산업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국내 규제 지속과 고비용 환경 등으로 인해 기업들은 속수무책”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정 회장은 “업계 혼자 감당하기는 어렵다”며 “정부는 법인세 인하, 각종 규제 예외 적용, 초저리 금융 제공 등 조속히 특단 조치를 마련해 한시적으로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영숙·이재호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