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코인 보유량 60% 이상이 한국 가상자산거래소에 집중”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 … 글로벌 코인은 평균 14.7%
국내는 개인만 투자, 해외는 기관투자 비중 높아 위험 분산
한국 개발자와 한국 기반 가상자산 사업자가 발행한 일명 김치코인(K코인)의 보유량이 국내 거래소에 집중돼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하고 시세조종 위험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 중심의 국내 거래소 특성상 유동성 공급에 구조적 취약성을 갖고 있는 만큼 K코인 시장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한국회계학회가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가상자산 세미나에서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K코인 분류 체계 및 시장 현황에 대한 분석’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K코인은 평균 보유량의 60% 이상이 한국 가상자산거래소에 집중돼 있는 반면, 해외 코인의 한국 거래소 보유량은 평균 기준 14.76%에 불과하다”며 “K코인의 수익률 분포도의 특성을 보면 복권형 수익구조를 가지는 주식의 수익률 분포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는 소액 투자자가 대부분 손해를 보지만 극소수는 큰 수익을 얻는 구조를 말한다.
그는 “K코인의 평균 유동성은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업비트와 빗썸과 같은 국내 거래소이지만 글로벌 톱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경우 유동성은 더욱 높게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는 국내 개인투자자 위주의 시장 구조가 국내 거래소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ATM(현금자동입출금기)으로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만약에 외국에 있는 사람이 지갑 주소 뒤에 숨어 ‘한국에 와서 팔고 싶은 걸 팔고, 사고 싶은 걸 산다’라고 한다면 세계 최고의 ATM이 한국에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이고 ATM의 유동성은 개인투자자들이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332개 코인과 그 중 45개의 K코인을 2024년 12월 19일부터 2025년 4월 14일까지 분석했다. 연구결과 한국 거래소 보유 비중이 70% 이상인 고집중 그룹이 전체적으로 낮은 시가총액과 거래량을 보이지만, 평균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 기업 발행 코인의 수익률 분포를 보면 중앙에 뾰족하게 밀집돼 있고 좌측 꼬리가 두꺼운 형태를 보였다. 이 교수는 “이는 작지만 빈번한 수익률 변화와 함께 간헐적인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존재함을 시사한다”며 “유통량의 대부분이 한국 거래소에 보관된 코인의 경우, 기타 토큰에 비해 더 큰 하방 위험 노출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K코인은 지정학적 위험에도 취약했다. 윤석열 탄핵 인용시점(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을 기준으로 사건 전후 2시간 누적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K코인의 상격 상승폭은 1.17~3.58%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 코인의 상승폭은 0.12% 수준에 그쳤다.
이 교수는 “K코인의 국지적 위험에 대한 가격 민감도는 글로벌 가상자산에 비해 10~30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경향은 특히 업비트, 빗썸과 같은 국내 톱 거래소에 보유량이 집중된 K코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관찰된다”고 말했다.
한국기업이 발행한 코인 대부분은 한국 국적의 거래소에 집중적으로 보관돼 있고 그외에는 중국, 싱가포르, 폴란드 등 7개 국적의 거래소(CEO 국적)에서 유통되고 있다. 반면 해외 코인들은 다양한 국적의 거래소에서 유통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K코인의 경우 국내 거래소 보유량이 전일 대비 10% 이상 급격히 유입되거나 이탈한 이후 펌프앤덤프(P&D) 현상이 해외 코인에 비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관찰됐다. P&D는 대표적인 시세조종 수법으로 펌프는 특정 종목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행위를, 덤프는 보유 물량을 한꺼번에 팔아치워서 가격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행위다.
이 교수는 “P&D는 주로 보유량이 10% 이상 유입된 후 관찰되며 특히 업비트와 빗썸에서 주로 거래되는 K코인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 주도적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이 발행한 차이나코인과 미국 기업이 발행한 US코인을 K코인과 같이 정의하고 분석할 결과 각국 거래소의 보유량 집중도는 한국에 비해 현격히 낮았다. 중국 가상자산거래소의 보유량 집중도는 평균 11.72%였고,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보유량 집중도는 평균 0.80%에 그쳤다.
이 교수는 “해외 거래소는 보유량 변화 이벤트도 상대적으로 드물게 발생했으며 발생하더라도 이후 한국 거래소에서 관찰된 P&D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는 해외 거래소가 개인 투자자 중심의 한국 거래소와 달리,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아 글로벌 유동성 채널을 통한 위험 분산이 가능하다는 시장 구조 차이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태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시장에 기관투자자 유입을 촉진 시키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유동성 집중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P&D 위협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K코인 발행기업들의 유통량, 주요 지갑의 활동 내역 등을 온체인 데이터(블록체인 위에 직접 기록·저장) 기반으로 공시하고 이를 통해 K코인 시장의 정보비대칭을 완화하는 정책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