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한계기업 비중 14% 차지

2025-09-26 13:00:28 게재

저수익성에 높은 재무부담 ‘이중고’ 직면

대규모 구조조정 해도 영업실적개선 난망

석유화학 업종이 국내 한계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에서 14%로 급증했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재무구조가 취약해진 모습이다. 벼랑 끝에 몰린 석유화학 업계가 구조조정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금융권은 석유화학기업의 강력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측면 지원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관세정책과 이로 인한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로 영업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9일 울산 남구 석유화학산업단지에서 열린 울산 석유화학기업 사업재편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체 외부감사 기업 중 이자 보상 배율이 3년 연속 1을 밑돈 한계기업 비중은 17.1%에 달했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7%를 넘어섰다. 특히 석유화학 업종의 한계기업 비중은 2023년 3.5%에서 2024년 14.0%로 1년 새 10%p 급격히 증가했다. 한계기업 10곳 중 1곳 이상이 석유화학 기업일 정도로 석유화학 기업의 금융 안정이 취약해진 것이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범용 제품군에서는 중국에 뒤지고, 스페셜티 제품군에서는 일본에 열위한 상황에서 재무안정성 또한 양국에 비해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설비증설이 이어지며 석유화학산업의 공급과잉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저수익성과 높은 재무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설비 가동률 제고와 생산설비 통합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모색 중이다. 정부는 작년 말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주요 나프타분해시설(NCC) 기업들과의 자율 협약을 체결하며 최대 370만톤 수준의 감축 계획을 요구했다. 정부는 선자구노력, 후정부지원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내 10개 주요 기업이 생산설비 감축, 고부가가치 전환,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대규모 산업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오는 30일에는 한국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첫 공식 회의를 열고 자율협의회 운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에는 석유화학기업의 강력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적극적인 금융지원에 나선다는 원칙 아래 금리 감면이나 상환기간 연장, 신규 대출 등 구체적인 금융지원 방안과 함께 신청절차 대상 등 향후 계획에 대한 윤곽이 담길 것으로 전해진다.

벼랑 끝에 몰린 석유화학업계가 구조조정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금융권이 유동성 지원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측면 지원에 나설 채비를 한다. 채권금융기관이 자율협의회를 꾸려 금융지원 방안의 틀을 마련함에 따라 석유화학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도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형삼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이런 움직임은 단기적인 수익성 회복보다는 장기적인 사업구조의 지속 가능성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으며, 기업 간 분할·합병이나 자산매각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업체별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문호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은 정유사 중심의 수직통합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국내 정유사에게는 석유화학사업 확대를 통한 에너지 전환 대응력 제고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석유화학사의 NCC 매입, 신규 현금 출자 등으로 인한 투자부담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유사의 과중한 재무부담과 실적개선 지연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