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천 칼럼
AI에서 한국이 중국에 뒤처지는 이유
지금 인공지능(AI )강국은 미국과 영국이다. 영국이 그 위치에 있는 까닭은 케임브리지대 전산학과와 에딘버러대 전산학과 출신 4명이 2024년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휩쓸었다는 데 있다. 그 다음이 중국으로 영국과 공동 2위라고 보면 될 수준이다. 그러나 우린 한참 뒤 10위 밖이다. 왜 그럴까. 그 결정적인 이유는 고착화된 소프트웨어(SW) 기피주의 때문이다. AI는 SW 세계에서 첨탑에 해당한다. 꼭대기가 있으려면 기초가 든든해야만 한다.
알파고라는 AI가 안드로이드란 운영체제(OS)와 F1이란 데이터베이스(DB)위에서 작동했듯이 AI의 기초는 언제나 어디서나 그 둘이다. 그 둘이 SW의 핵이다. 중국은 이런 OS를 국가 주도로 이미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껏 한번도 만드는 데 성공한 적이 없다. 삼성은 시스템반도체, 비메모리, 그래픽카드(GPU)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셋은 SW 없이는 설계조차 못하는 것들이다. 우리나라의 SW 글로벌 점유율은 불과1%, 비메모리 점유율은 불과 3%다. 그 둘은 체질적으로 SW란 끈으로 아주 강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SW에 관해서는 완벽한 패배주의로 일관해왔다. 도전조차 해 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했다는 의미다. 20년 전 안드로이드를 삼성이 인수할 기회가 있었으나 삼성은 단칼에 날려버렸다. 그 SW는 그로부터 단 2주 뒤 구글 품에 안겼다.
고질적 SW 패배주의가 발목 잡아
중국이 딥시크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도 OS 같은 SW기초에 강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의 원동력은 정부주도에 있다. 중국이 OS를 자체 개발하기 위해 정부는 특정 기업을 특별 지원했다. 화웨이와 샤오미다. 삼성과 LG에 해당하는 기업이다. 그런 특정 기업 특별지원 정부주도 정책은 1950년대 미국, 1960년대 영국 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도 1970년대까지는 정부주도 카이스트 설립 등 그런 정책이 통했으나 지금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기초공사 없이 AI라는 최상층을 하겠다고 하는 건 설령 해본들 남 좋은 일에만 가담하는 꼴이다. 따라서 우리도 하드웨어 일색인 반도체 일변도에서 SW쪽으로 하루 속히 나아가야 한다. 반도체는 굴뚝산업에 해당한다. 대규모 공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SW는 공장이 불필요하다. 이는 삼성 초대형 공장과 주택단지 내 공장 없는 마이크로소프트 사무실을 방문해 보면 금방 이해 가능한 일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우리가 고질적인 SW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정부 기업 대학 모두 반도체에만 신경 써왔다.
지금 생성형AI 물결이 다가와도 실제로 우리가 주도하는 것도 하나도 없다. 딥시크(25년 1월 출시)나 뒤이은 키미(동년 7월 출시)같은 화제의 걸작을 만들어 내지도 못하고 엔비디아처럼 반도체 설계 생태계 SW에서도 앞서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 현재 재계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위 이내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를 필두로 모두 SW 기업이다. 우리의 국가IT산업이 과연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를 결정적으로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의 인재 양성 노력도 눈여겨봐야 한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 대학 전산학과 유학생 분포를 보면 학생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다. 마치 인해전술처럼 인재가 풍부하게 양성돼 나오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국 국내 인재양성에서도 지난 20여년간 지속적으로 특단의 노력을 펼쳐 왔다.
중국의 칭화대 종신교수인 야오치즈는 미국 일리노이대학 전산학과 출신이다. 그 학교는 1960년대 이래 지금까지 전세계 전산학계에서 늘 랭킹 1위 혹은 2위에 위치한 명문대학이다. 그는 중국인으로는 국가전산학박사 1호에 해당한다. 미국에서 교수생활을 하고 있던 그를 시진핑 주석이 특별 초빙해 칭화대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 70대 후반의 나이지만 현직 교수로서 자신의 이름을 딴 야오반을 만들어 딥시크 의 량원펑 같은 국내 주니어 인재를 줄기차게 양성해 내고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런 고급 해외 인재 특별 초빙이 과연 가능할까. 특혜성 시비가 붙어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중국의 인재활용과 다른 한국의 현실
한국전산학박사 1호도 야오치즈와 똑같은 일리노이대학 전산학과 출신이다. 지금 나이는 70대 초반이다. 야오치즈보다 더 젊지만 그는 대학 퇴직 후 타의로 교단을 떠나 주니어 인재양성과는 아주 거리가 먼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교단에 설 수 없도록 강요하는 한국정부 교육정책 때문이다. 어떤 교수도 70세 이후에는 현직교수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못박은 경직된 틀 탓이다. 이걸 고치려면 국회가 발벗고나서야 하는데 한국의 국회는 이런 일엔 관심조차 없는 현실이다.
두뇌산업은 사람이 사람을 키워내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시니어 고급 인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 미래가 현격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