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탁 칼럼

검찰개혁, 전광석화처럼 끝내면 누구에게 좋은가

2025-10-01 13:00:04 게재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 두어 달 전 여당 대표가 소위 3대 개혁입법과 관련해 강한 어조로 말했을 때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여겼을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돌진 성향은 익히 알고 있지만 아무렴 일국의 형사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일인데 그렇게 쉽게 되기야 하겠냐는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여당이 말하는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은 무얼 어떻게 왜? 바꾸려 하는 건지 정체가 애매하고, 그렇게 바꾸어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다는 건지 모호한 대목이 적지 않다. 총론만 있고 각론이 부실하거나, 의도는 알겠는데 효과는 도리어 역으로 나올 수도 있는 내용이 간간이 눈에 띈다.

때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여당을 향해 “중요 쟁점에 대해서는 대책과 해법 마련을 위해 국민 앞에 합리적으로 논쟁하고 토론하라”고 주문한 바 있어 일정한 방향 조정과 속도 조절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당 대표가 공언한 그대로 앞만 보고 내달렸다.

검찰청 폐지가 포함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 소관 상임위 소위에 올린 지 열흘도 안되어 상임위 전체회의, 법사위,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법안 추진 과정에서 나오는 반대의견은 무시하고,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법정 허용 시간이 지나면 곧바로 강제 종료시켜 표결처리 했다. 문자 그대로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낸 것이다.

정체 애매한 여당의 검찰 언론 사법 개혁

원래 정부조직이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짜는 게 정상이다.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운영방침은 조직에 녹아드는 것이고, 그러자면 부처의 분리나 통폐합, 기능조정 같은 개편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정권이 출범하면 맨 먼저 정부조직법을 손대는 것이다. 대선에서 패배해 야당이 된 정치집단도 이 문제만큼은 의석수와 상관없이 웬만하면 협조해 준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을 위해 폭풍과 전광석화를 동원했다는 것은 인수위 없이 출범한 이재명정부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무리수를 안고 있음을 실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름지기 개혁이라면 다수의 건전한 시민이 부당하게 손해 보는 현실의 관행과 그릇된 제도를 바로잡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개혁안의 요체는 검찰청을 해체하고 기소와 공소 유지만 담당하는 법무부 산하 공소청과, 현재의 검찰 수사기능을 가져가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것이다. 기존의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 고위공무원수사처(공수처)는 각자 수사권을 갖고 그대로 기능한다. 여기에 수사기관의 권한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때 조정하는 국가수사위원회가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된다.

대체 누구 좋으라고 이렇게 복잡다단하게 만들어 놓는 걸까. 어느 변호사가 유튜브에 나와 “이렇게 되면 법률 수요가 늘어나 우리 같은 변호사들만 좋아지는 건데, 그래도 그렇지 이건 정말 아니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게 인상깊게 들어온다.

여당의 검찰개혁 취지에 공감하는 국민은 물론 많다. 검찰이 그동안 한 손에 수사권, 다른 손에 기소권을 쥐고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이런 폐해를 제도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면 누군들 개혁에 반대할까.

그러나 수사와 기소 권한을 분리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겠는가. 검찰 해체 후 다른 수사기관의 권한 오남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가. 지금의 검찰 인력은 어디에 재배치되어 어떤 일을 하게 되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는 이 숱한 의문들에 여당은 여태껏 납득할 만한 대답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저 법 시행을 1년 유예했으니, 그 사이 후속 보완 조치들을 마련할 것이란 총론만 되풀이할 뿐이다.

우려스러운 입법개혁의 오만함

검찰개혁 다음으로 여당이 입에 자주 올리는 언론개혁 사법개혁은 어떤가. 이들 법안은 처리 순서상 추석 뒤로 미뤄졌지만, 국회 통과는 사실상 시간문제다.

언론개혁법은 허위조작 보도를 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무엇이 허위조작 보도인지 정의 내리기 애매한 상태에서 법이 시행되면 언론의 보도의 자유는 한껏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사법개혁은 대법관 숫자를 두 배로 늘리는 게 요체다. 현 정권에서 임명된 신규 대법관이 과반이 되어 대법원이 비대해지면 힘 있고 권력 가진 사람들만 유리해지지 않을까.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 하는 입법권력의 오만함이 개혁의 고삐를 헛나가게 만드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어쨌거나 우리는 이번 추석 귀향길 차내 라디오에서 78년 역사에 종언을 고하는 검찰청 폐지에 관한 뉴스와 해설을 듣게 됐다. 정청래 대표는 이를 두고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자랑스레 말했는데, 법이 본격 시행되는 내년 추석 귀향길에서도 자랑이 유지될지 두고 볼 일이다.

신한대 특임교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