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산업정책 10년간 715% 증가…“첨단산업 육성”

2025-10-02 13:00:02 게재

독일·영국·프랑스 공공·민간 협력 체계 구축 … 재정 부담 완화하고 정책 효과 확대

“공공자본은 민간자본이 회피하는 고위험 저수익 분야에 앵커 역할, 민간투자 유도”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첨단산업 육성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재정·정책금융 기반 산업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정부가 150조원 이상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주요 전략 산업에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국들은 이미 재정 투입과 민간투자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자국의 첨단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KDB미래전략연구소가 1일 발간한 산은조사월보(9월호)에 실린 ‘주요국 첨단산업 지원프로그램 금융구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의 재정·정책금융 기반 산업정책은 지난해 3140건으로 10년 전인 2014년(385건)에 비해 715.6% 증가했다. 각국 정부가 시행한 무역·산업정책 개입을 수집·분류해 공개하는 국제연구기관인 글로벌 무역경보(Global Trade Alert)의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보고서는 “과거에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이 개발도상국의 전유물이었으나 최근 자국 우선주의 및 탈세계화 기조 아래 주요 선진국 위주로 산업정책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IMF(국제통화기금)는 신산업정책을 국가의 경제적·비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특정 국내 기업·산업·경제활동을 육성 또는 지원하는 등의 표적화된 정부 개입이라고 정의했다”고 설명했다.

주요국의 산업정책 시행 분야는 주로 국가 안보와 첨단기술 등이며 주요 목적으로는 전략적 경쟁력 확보가 가장 컸다. 이와 관련한 IMF 보고서는 2023년 군·겸용제품, 저탄소 기술제품, 의료제품·반도체 등 첨단기술 제품으로 산업정책의 관심이 이동했고 신산업정책의 주요 동기는 전략적 경쟁력과 기후 관련 요인, 공급망 회복이라고 밝혔다.

또 선진국은 재정보조금 등 정부 재정 중심의 정책을 주로 사용했고, 신흥개도국은 대출 및 자본·지분 투입 등의 정책금융을 재정보조금보다 더 많이 활용했다.

IMF에 따르면 선진국의 산업정책 수단은 재정보조금 비중이 27%로 가장 높고 신흥개도국은 대출(11%), 세제 및 사회보험 혜택(11%), 자본·지분 투입(8%)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미·중 패권경쟁 및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에 따라 주요국은 경제안보 및 첨단 산업 육성,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재정 및 정책금융 등 다양한 금융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유럽 주요국은 첨단기술 주도권 강화 및 유럽 중심의 공급망 구축, 탈탄소화 등을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고 대규모 공동기금과 회원국별 국가 기금, 정책 금융기관 등을 통해 보조금 및 정책금융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수의 글로벌 기업을 보유한 미국과 일본은 국가 대표기업 육성을 중요한 과제로 설정한 반면,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유럽의 경우 스타트업, 스케일업 등 중소기업 중심의 지원을 통한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중요한 과제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022년 설립한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반도체기금’을 통해 제조시설 확대와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에 자금을 지원했다. EU(유럽연합)는 2022년 유럽반도체기금을 통해 20억유로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첨단산업 육성을 추진했다.

독일도 2022년 10억유로 규모의 독일성장기금을 통해 첨단산업의 벤처생태계 활성화에 나섰으며 영국은 2017년 출범한 375억파운드 규모의 국가생산성투자기금의 하위기금인 산업전략도전기금을 통해 참단산업 육성을 추진해왔다.

프랑스 역시 2021년 시행된 540억유로 규모의 ‘프랑스 2030 투자계획’을 통해 첨단산업과 혁신 기술의 육성을 추진했다.

이밖에도 각국은 정책금융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첨단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주요국은 정부 재정의 부담 완화와 정책 효과의 확대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민간자본을 전략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독일은 국가 기금 조성시 다양한 민간투자자의 성향과 수요를 고려해 위험 회피 정도에 따라 수익과 위험을 차등화했고 영국은 정책금융기관이 펀드 운영시 VC(벤처캐피탈), PF(사모펀드) 등 민간투자자가 먼저 민간기업에 투자하기로 확정한 프로젝트에만 공동으로 투자를 진행했다. 프랑스 정책금융기관은 자체 펀드를 통한 투자 실행시 타 정책금융기관(유럽투자은행 등) 및 민간투자자와의 공동투자로 레버리지 효과를 높였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민간자본의 투자 유인을 제고하기 위해 국내 투자 여건에 맞는 공공·민간 협력 체계 설계가 필요하다”며 “공공자본은 민간자본이 회피하는 고위험 저수익 분야에 앵커 역할로서 원활한 민간투자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공·민간 협력 체계 수립시 차등화된 수익 및 위험 모델 설계, 민간투자 확정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투자 등 해외사례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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