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여신 지속 감소…당국, 연체율 관리 총력
올 들어 4조 줄어 … 신규 PF·토담대 사실상 중단
부실채권 정리 압박 … PF펀드, 연체 사업장 매입
‘적기시정 조치·유예’ 저축은행 대상 경영실태평가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프로젝트 금융(PF) 부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총여신마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금융당국이 연체율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연체율은 총여신잔액 중 연체채권 잔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총여신이 줄어들고 연체채권이 늘면 급격히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7월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총여신 잔액은 93조8627억원으로 지난해말(97조9462억원) 대비 4조835억원(4.17%) 감소했다. 올해 들어 매월 감소하면서 93조원까지 줄어들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PF 신규 대출과 토지담보대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여신 증가에 한계가 있다”며 “연체율 관리가 2배로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PF대출은 2023년 6월말 10조원에서 올해 6월말 7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토지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13조7000억원에서 3조7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6월말 기준 118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말(120조9000억원) 대비 2조1000억원 감소했다. 금감원은 “부실채권 정리, 건전성 관리를 위한 보수적 영업 전략 등에 따라 기업대출 위주로 대출자산이 감소한데 주로 기인한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2023년말 6.55%에서 지난해말 8.52%, 올해 3월말 9%로 급격히 상승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연체율 관리 압박으로 부실 PF 사업장을 대거 정리하면서 6월말 연체율은 7.53%로 하락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부동산PF 공동펀드를 조성해 부실 PF를 정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들은 해당 펀드에 1조4000억원 규모의 부실PF 사업장을 매각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3분기에 7100억원 규모의 5차 펀드를 조성했다. 당초 5000억원 조성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규모가 더 늘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연체가 발생한 PF사업장들을 내놓으면서 펀드 규모가 더 커진 것”이라며 “PF사업장과 토담대 사업장 뿐만 아니라 공사가 다 끝났지만 분양이 안된 사업장들도 매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9월말 연체율 관리를 강하게 압박한 영향도 컸다. 당국은 올해 연말까지 연체율을 5~6%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공식 집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3분기 연체율은 2분기(7.53%) 보다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재무건전성 부실로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됐거나 유예를 받은 저축은행들에 대해 다시 경영실태평가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은 SNT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유예조치를 종료했다. 경영실태평가에서 재무 건전성 기준 등이 충족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말과 올해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은 안국, 라온, 상상인, 상상인플러스 등 4곳이며,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은 곳은 SNT를 비롯해 페퍼, 우리, 솔브레인, 유니온 등 5곳이다. 라온저축은행은 KBI그룹 계열사인 KBI국인산업에 매각이 결정돼 경영 정상화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대다수 저축은행의 경영지표가 개선돼 평가 결과에 따라 조치 종료가 이뤄질 전망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저축은행은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 2589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분기 443억원에서 2분기 2147억원으로 순이익도 증가했다. 다만 SBI저축은행(562억원), 웰컴저축은행(387억원), OK저축은행(330억원) 등 3곳의 순이익 규모가 1279억원으로 저축은행 전체 순이익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리스크리뷰를 통해 수익성 양극화 심화와 연체율 상승을 저축은행 업권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저축은행 업권의 흑자가 자산규모 상위 5개사의 양호한 실적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올해 2분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한 저축은행은 19개다. 한성저축은행이 1분기 흑자에서 2분기 적자로 돌아서면서 2분기 적자를 기록한 저축은행은 20개로 늘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