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 칼럼

주식보다 두배 많은 주택 시가총액

2025-10-13 13:00:02 게재

긴 추석 연휴 끝에 증시가 열린 10일,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 3600선을 넘어섰다. 2일 3500선을 밟은 지 거래일 기준 하루 만의 최고가 경신 기록이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9만전자’에 안착했다. 2위 SK하이닉스도 ‘42만닉스’에 등극했다.

덕분에 유가증권시장(2974조6464억원)과 코스닥시장(452조8112억원) 시가총액이 약 3427조원으로 불어났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 3000조원대 진입은 지난 7월 10일 처음 이뤄졌다. ‘코스피 5000’을 공약한 이재명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와 상법 개정, 외국인 자금 유입에 힘입었다.

그러나 국내에는 주식 시가총액보다 훨씬 큰 자산시장이 존재한다. 주택시장이다. 한국은행이 주택 공시가격을 시장가격으로 환산해 지난해 말 전국 주택 시가총액을 산출한 결과 7158조원이었다. 증시 시가총액의 두배를 훌쩍 넘어선다.

시도별로 보면 고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주택 시가총액이 2498조원(34.9%)으로 전국 1위였다. 서울보다 인구와 주택이 많은 경기도가 2075조원(29.0%)으로 2위였다. 이어 부산 390조원, 인천 341조원의 순서였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주택 시가총액 비중이 68.7%였다.

전국 주택 시가총액의 76.3%가 아파트였다.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아파트 시가총액 비중이 단독·연립·다세대주택 등 비(非)아파트보다 높았다. ‘서울 공화국’ ‘수도권 공화국’ ‘아파트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주택 시가총액 비중 35%, ‘서울 공화국’

문제는 집값의 상당 부분이 가계대출로 떠받쳐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1124조원. 단순 계산하면 주택담보대출이 집값의 15.7%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집값의 1/6 정도는 빚으로 쌓아올린 형국이다.

전국 평균이 이렇지, 집값이 비싼 서울과 인천 경기도 위성도시의 집값 대비 가계대출 비중은 더 높다. 그 중 상당수는 젊은 세대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로 집을 샀거나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2022~2023년 잠잠하던 집값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 중심으로 다시 달아올랐다. 다급해진 정부가 수도권 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책을 내놓았다. 대출한도를 묶는 수요 억제만으로 집값이 잡히지 않았다. 2030년까지 5년간 신규 주택 13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9.7 대책이 이어졌지만 반짝 약발에 그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 주 대비 0.27% 올랐다.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강남 3구와 한강벨트 등 11개 자치구가 문재인정부 시절의 고점을 넘어섰다. 주택 시가총액도 주택담보대출도 젊은 세대 등 수요자들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도 계속 증가하는 구조다.

추석 민심도 출범 4개월 차인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이 민생경제를 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는 데 모아졌다. 민생경제 가운데 특히 먹거리 물가, 집값, 주식시장이 관심사였다. 이에 정부는 공시가격 인상, 투기과열지구 확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등을 묶은 패키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주택시장은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안정되지 않는다. 집값, 특히 서울 아파트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정책의 믿음을 주어야 한다. 서울 아파트값이 뛰는 한편에선 지난해 전국의 빈집이 159만9000호로 정부가 5년 동안 공급하겠다는 신규 주택보다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지역균형발전 전략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수도권 집중은 저출산과 가계부채 등 한국경제 및 사회 고질병의 출발점이다. 수도권 쏠림으로 과열 경쟁과 비싼 주거비용은 청년들로하여금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게 만든다. 수도권 집중이 심화할수록 서울은 상대적으로 많은 일자리와 높은 소득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제약하고 국민행복지수도 떨어뜨린다.

집값 안정과 청년 취업난 완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전국을 인구 500만~1000만명 수준에서 지역행정을 통합하고 지방분권·재정분권을 강화하자. 역대 정부의 전국 여러 다수 지역에 정책 지원을 배분하는 방식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국을 5~6개 권역으로 나눠 거점도시를 육성하자. 지방 이전 기업의 고용 유지를 위한 프로그램과 고급 연구개발(R&D) 인력 지원, 교육·문화시설 등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자. 지역별 특성화 대학과 기업을 연계시키는 산업 클러스터 조성도 긴요하다.

서울 집값 못 잡으면 ‘코스피 5000’도 헛물

현대차증권이 부동산114와 블룸버그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주택의 10년 수익률은 157.8%로 코스피지수의 6배, 미국 달러의 8배에 달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주가가 오르고 주식 시가총액이 불어나도 사람들이 서울의 똘똘한 아파트를 금융자산의 종착지로 삼으려 들어 ‘코스피 5000’도, ‘생산적 금융’의 길도 다가가기 어렵다.

가천대 겸임교수 경제저널리즘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