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1천명으로 줄여 달라”
회계사 500여명 정부서울청사 앞 집회 나서
“600명 실무수습 못 받아” … 정책 실패 비판
공인회계사들이 정부의 회계사 선발 인원 정책을 비판하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올해를 제외하고 매년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예정인원을 늘렸지만, 미취업으로 인해 실무수습을 받지 못한 회계사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회계사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회계사 선발 인원을 조정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구했다.
이준호 비대위원장은 “4대 대형 회계법인과 중견·중소회계법인이 채용할 수 있는 수준인 800명 정도로 선발 인원을 줄이는 게 맞지만, 새정부 출범 첫 해인 만큼 현실적으로 1000명 정도로 줄여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매년 다음해에 뽑을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예정인원을 정한다. 최소선발예정인원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850명이었는데 2019년 1000명, 2020년 1100명으로 늘었다.
감사원이 일반기업·공공기관 등 비회계법인의 수요를 고려하라고 지적하면서 지난해 1250명으로 더 확대됐다. 올해 50명이 줄어 1200명으로 결정됐지만 미지정 회계사는 600명에 달했다.
미지정 회계사는 공인회계사법에 열거된 실무수습등록이 가능한 회계법인과 공기업, 일반 사기업 등에 소속되지 못한 회계사를 말한다.
한국공인회계사는 지난해 발생한 미지정 회계사 250명과 올해 취업을 못한 회계사들을 포함해 약 600명이 미지정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비대위는 “한 해 합격자의 50%인 600명의 미지정 회계사가 초래된 것은 금융당국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며 “실무 경험이 부족한 회계사의 적격성 하락은 곧 재무제표의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심지어 실무수습등록이 가능하더라도 회계법인이 아닌 사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수습등록을 마친 회계사들조차 핵심 직무인 ‘회계감사’의 실무 경험을 쌓기 어려워 적격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또 “금융당국은 사기업의 수요를 반영하기 위함이라는 미명 아래 기존 1000명 내외에서 선발하던 인원을 1200명으로 대폭 증원했다”며 “6%만의 사기업이 수습 회계사들을 원한다는 상황과 이미 여러 차례 회계법인들이 1000명 이상의 선발 인원에 대해 전원을 수용하고 양질의 실무 교육을 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음에도 경력직 회계사들이 사기업으로 이직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1200명을 선발한 것은 너무나도 근시안적인 정책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회계법인 내에서 양질의 실무 수습이 가능한 수용 인원으로 선발 인원 즉시 정상화 △금융당국은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미지정 회계사에 대한 실질적인 실무 경험 연수가 가능하도록 조치 △선발 인원 결정시 사기업 수요 예측에 대해 공인회계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장기 인원 수급 계획을 수립해줄 것을 요구했다. 금융위는 내달 중하순에 2026년도 공인회계사최소선발예정인원을 정할 계획이다. 비대위는 그때 까지 한차례 더 집회를 열고, 1인 시위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계사 인력에 대한 다양한 수요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인력 수급과 관련한 장기적인 로드맵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