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석 칼럼
한국 천문학자, 우주론을 흔들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을 부끄럽게 했던 건 우주론이다. 우주론은 우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인데 아인슈타인은 1915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고 그걸 우주에 적용해 봤다. 장방정식의 해를 구해 보니 정적인 우주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동적인 우주만 해로 나왔다. 당시 사람들은 우주가 정적이라고 생각했기에 아인슈타인은 1915년에 내놨던 장방정식에 ‘우주상수’ 항이라는 걸 추가했다. 때가 1917년이었고 이게 현대우주론의 시작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인슈타인이 틀렸다는 게 드러났다. 1929년 미국 LA 인근 패서디나의 윌슨산에 있는 천문대에서 허블이라는 천문학자가 우주가 팽창한다는 걸 관측으로 확인했다. 윌슨산 천문대의 100인치 후커 망원경으로 관측한 결과 여러 개의 은하를 관측하니 더 먼데 있는 은하일수록 은하의 후퇴속도(적색편이)가 더 크다는 걸 확인했다. 더 먼데 더 빨리 멀어지고 있다면 그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거다.
이로부터 2년 뒤인 1931년 아인슈타인은 윌슨산 천문대를 찾아 자신이 ‘정적인 우주’를 만들기 위해 장방정식에 우주상수항을 추가한 걸 “내 인생의 가장 큰 실수”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빅뱅우주론’이 우주론의 주류가 되었다. 빅뱅우주론은 우주가 한 점에서 시작했다고 말하며, 우주의 시작에 관한 이론이다. 이후 사람들은 우주가 한 점에서 대폭발을 일으켰고 우주는 팽창을 계속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암흑에너지’에 의구심 제기한 한국 학자
우주의 시작에 대한 이론이 나왔으니 우주의 끝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건 자연스러웠다. 우주가 언젠가는 한점으로 수축한다(Big Crunch)거나, 우주가 영원히 팽창해 모든 것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라는 이론(Big Rip) 등이 나왔다.
이를 좌우할 변수는 우주의 팽창속도라고들 했다. 이런 배경에서 우주론 연구자들은 우주의 팽창속도를 정확히 알고 싶었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의 1998년 논문은 그런 배경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이들은 감속팽창이라는 그간의 학계 흐름을 뒤엎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연구자가 중심이 된 두팀은 각각 ‘초신성’을 조사한 결과 우주는 가속팽창 중이라고 발표했다. 시간이 갈수록 팽창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사용한 초신성 1a형이라는 천체 관측은 우주의 팽창속도를 측정하는 직접적인 방법이다. 1a형 초신성은 폭발하는 특징이 있고 폭발 때 항상 같은 밝기를 낸다고 알려졌다. 우주론에서는 그걸 표준촛불이라고 한다. 그래서 관측자에게 밝게 보이는 정도를 보면 초신성의 거리를 추정할 수 있다. 또 이후 사람들은 우주의 가속팽창을 일으키는 미지의 에너지를 ‘암흑 에너지(dark energy)’라고 불렀다.
그런데 ‘암흑에너지’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연구자가 일부 있었고 그중의 한명이 한국의 연세대학교 이영욱 교수(천문우주학과)다. 그는 2019년 취재하러간 필자에게 “우주에 암흑에너지가 없다는 쪽에 베팅을 하겠다. 우리 팀이 갖고 있는 증거에 따르면 그렇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표준우주론(ΔCDM)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충격적이었다.
이 교수는 이후 자신의 논지를 강화하고 신뢰도를 올린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2020년, 2022년,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지난 10월 16일 논문을 냈다. 지난주 영국 왕립천문학회지에 나온 논문을 보니 첫 문장에 애덤 리스 등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세 사람의 이름을 적어 이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영욱 교수팀 주장은 ‘표준촛불’에 대해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등 학계가 그간 잘못 안 게 있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초신성 1a형이 폭발할 때 내는 빛의 밝기가 그 초신성의 나이(은하 나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것이다. 이영욱 교수팀은 초신성 밝기의 ‘나이 효과’를 확인했고 이를 감안하면 우주가 현재 가속 팽창한다는 증거가 사라진다고 했다.
패러다임 흔드는 한국발 연구에 응원을
이 같은 연구에 학계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전의 논문처럼 찻잔속의 폭풍으로 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영욱 교수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연구가 주류이론이 되는 과정이 몇 단계 있다. 처음에는 무시된다. 논문이 나와도 반응이 없다. 그 다음 단계는 조롱이다. 반응이 있기는 하나 “엉터리야, 증거가 부족하다”는 말들을 듣는다. 그런 뒤 수용하기는 하나 “나도 비슷한 얘기를 옛날에 했어, 새로운 거 없어”라고들 한다.
또 그의 연구가 학문의 변방인 한국산이라는 불리함이 작용한다. 그렇기에 필자는 패러다임을 흔드는 한국발 연구를 한국 사회는 알고 응원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연구를 한국 주요 언론이 주목하지 않은 건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 사회가 응원해 주지 않으면 누가 관심을 갖겠나? 과학자도 주위의 응원과 박수에 기운을 내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