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주민과 머리 맞대니…투명성·신뢰도↑
성북구 20개 동마다 ‘1일 현장구청장실’
마을 현안 공유하고 행정·건축사 상담도
“누리소통망에서 구를 대표해 활동하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짹짹이’ 다들 아시죠? 이 짹짹이 나이는 몇살?” “다음 문제입니다. 우리 구청장은 30㎏짜리 나무토막을 혼자서 들 수 있다! 동그라미? 가위?”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보문동의 한 교회. 주말이면 교인들로 꽉 차는 본당을 가득 메운 건 인근 주민들이다. 동그라미와 가위표가 앞뒤로 그려진 손팻말을 든 채 정답 발표를 기다리는 주민들 눈은 기대감으로 반짝인다.
올해로 세살된 짹짹이와 30㎏ 정도는 혼자서 너끈히 들 수 있다는 구청장과 관련된 문제 풀이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면 곧 본론이 시작된다. 구청장과 함께 무대에 오른 주민 대표들이 자신을 포함해 이웃까지 동네에서 제안된 안건을 발표하고 해법에 머리를 맞댄다.
직전 길음동과 장위동, 추석 연휴 이전에는 돈암동과 정릉동 장위동 등에서 비슷한 형태로 주민과 소통이 이어졌다. 성북구가 민선 7기 이후 9회째 진행 중인 현장구청장실 풍경이다.
21일 성북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달 16일 안암동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 ‘1일 현장구청실’을 진행 중이다. 하루에 한개동씩 꼬박 2시간 30분에서 3시간 가량을 소요하는 일정이라 추석연휴를 지난 이달은 물론 다음달 중순까지 이어가야 총 20개 동을 마무리할 수 있다.
현장구청장실은 ‘삶의 현장에 주민이 있고 주민이 있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이승로 구청장 철학을 담은 대표 사업이다. 주민이 구청장을 만나기 위해 구청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구청장이 직접 동과 현장을 찾아 주민들 의견을 듣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9회차를 맞아 올 하반기 현장구청장실에는 변화를 더했다. 그간 주민들 제안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구청장이 직접 발표하면서 주민과 공유하는 게 우선이다. 접수부터 해결 과정, 진행 중인 사안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내가 제안했는데 깔끔하게 처리해줘 감사하다”는 인사가 줄을 이었다. 구는 “직원 공모를 통해 주민들이 보다 친근하게 접근하도록 했다”며 “현장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주민 참여도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 참여도 강화했다. 주민 대표가 직접 무대에 올라 제안을 설명하고 토론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각종 현장을 이원 생중계로 생생하게 연결해 제안 배경과 상황을 실시간 공유한다. 성북동 동구여중 학생들은 화면으로 구청장에게 청소년 전용 공간을 요구해 확답을 받기도 했다. 성북티브이로 현장구청장실에 참여해 제안을 남길 수 있다.
구청장과 함께 각종 행정서비스도 찾아간다. 현장구청장실 입구에서 보건소 대사증후군 검진을 비롯해 마을행정사와 건축사 상담, 위생·지적 관련 민원 상담이 가능하다.
오는 27일 월곡동부터 마지막 석관동까지 8개 동을 남겨놓은 지금 주민들이 제안한 내용만 총 244건에 달한다. 2018년부터 따지면 총 2108건 가운데 1356건이 해결됐거나 마무리 도장만 남겨놓은 상태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다양한 주민들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걸 넘어 그간 성과를 공유하고 주민과 함께 무대에 올라 현장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더욱 뜻깊다”며 “주민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실질적인 지역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