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전반에 내부통제 강화…대형 조합 ‘CEO 책임’부과

2025-10-21 13:00:18 게재

금융당국, 자산 1조 이상 대형 조합 가이드라인 마련

‘여신업무 내부통제 개선방안’도 … 부당대출 등 예방

금융당국이 내부통제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상호금융권에 대해 내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자산 1조원 이상 대형 조합·금고에 대해 ‘상호금융 대형 조합 가이드라인’을 통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상호금융권 전반에 대해서는 ‘여신업무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상호금융 대형 조합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업권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상호금융권의 내부통제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적용을 받지만 상호금융은 대상에서 빠져 있다.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 임원의 자격요건, 이사회의 구성 및 운영, 내부통제제도 등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과 금융소비자 보호가 목적이다.

금융회사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의무화했고, 금융회사는 자산의 운용이나 업무의 수행, 그 밖의 각종 거래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제때에 인식·평가·감시·통제하는 등 위험관리를 위한 기준 및 절차도 마련하도록 했다.

금융회사 대표이사가 내부통제 등의 전반적 집행 및 운영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자로서 총괄적인 관리조치를 실효성 있게 해야 한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준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상호금융 대형 조합·금고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조합 이사장인 CEO에 대해서도 책임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각 중앙회에서 내규를 정하고 내규 위반에 대해 자체 징계가 가능해진다. 금융당국의 제재는 법개정이 필요한 만큼 일단 가이드라인을 통한 자율 규제를 선행하기로 했다.

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에서 대상이 되는 대형조합은 140여개다. 다만 새마을금고는 감독 관할권이 행정안전부에 있어서 부처 간 협조를 통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조합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와 함께 상호금융권 전체에 대해서는 여신업무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금감원은 상호금융 조합들이 대출심사 과정에서 잘못된 서류를 받아도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고 규정을 벗어난 평가가 많다는 점에서, 현재 형식적인 측면의 여신 심사 프로세스를 보다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규정은 있지만 전산으로 통제가 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그런 부분을 보다 촘촘하게 점검하는 등 부당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객관적인 확인절차를 거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상호금융(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 중앙회장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일선 조합에서는 횡령, 부당대출 등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영세한 조합들은 1건의 금융사고가 조합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으므로 내부통제를 보다 촘촘하고 세밀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상호금융 업권 특성상 직원 수가 많지 않고, 내부 견제장치가 취약해 조합 자체 인력·인프라에 기대어서는 충분한 내부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중앙회가 중심이 돼 선진적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주기 바라며, 현재 금감원과 함께 추진 중인 ‘여신업무 내부통제 개선방안’ 마련에도 적극 참여해 여신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전산관리 및 통제절차 강화에 힘써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의원(국민의힘·경남 진주시을)은 20일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지난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상호금융권과 저축은행의 징계 건수는 468건이라고 밝혔다. 상호금융권에서 제재를 받은 대상은 회사 9곳, 임원 53명, 직원 139명이다.

강 의원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에 대한 징계조치가 500여건에 달하지만 대부분이 주의, 견책 등 경징계와 과태료 처분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어 재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당국은 대형 금융사고 예방 및 내부 통제 강화와 금융 소비자 신뢰 회복 차원에서라도 천편일률적인 제재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제재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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