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덮친 부동산 트라우마 …“지방선거 악재”
수도권 비상 … 민주 “세금 논의 안해”
국힘 “문재인정부 2.0” 프레임 씌우기
내년 6.3 지방선거를 8개월도 남겨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트라우마’에 휩싸인 모습이다. 일부 의원들은 “지방선거 앞두고 부동산은 안 건드리는 게 답”이라며 정부 대책이 다소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 의원들과 서울시장, 구청장 출마자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3중 규제’로 묶은 10.15 대책과 관련해 수도권지역 의원들과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의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 구성에 맞춰 여당 정책위가 부동산TF를 만들어 공급대책 등 후속대책에 직접 관여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21일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국정감사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주택시장안정화TF를 내일 최고위에 보고하고, 의결할 예정”이라며 “세제 개편과 관련된 논의들은 하지 않고 공급대책, 공급 안정에 방점을 둔 논의들을 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공급 안정이 이뤄질 수 있는 실효적 내용들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하겠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보유세와 관련해 논의한 바가 없고 보유세 관련된 입장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후속대책으로 거론되는 공급에 집중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의 ‘확산’ 신호로 읽힐 수 있는 보유세 등 세금 관련 언급은 최대한 배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등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서울지역 모 재선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도 부동산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입장이었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박용진 전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당장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생기는 상황이다. 특히 전세 쪽으로 불이 번지기 시작하는 게 제 주변에서도 느껴진다”며 “실수요자들의 불만, 청년세대의 박탈감, 전세나 월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들의 돌아오는 부담들이 다 표와 연결이 된다. (지방선거에는) 악재에 가깝다”고 말했다.
민주당에게 ‘부동산’은 아킬레스건이다. 문재인정부의 ‘28회 부동산대책’으로도 결국 집값을 잡지 못하고 오히려 부추기면서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준 ‘실패’가 민주당의 강력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을 지낸 조 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방선거보다 주택시장 안정이 먼저”라며 “주택시장 안정에 실패하면 정권 재창출은 없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10.15 대책을 ‘문재인정부 2.0’이라며 프레임을 만들어놓았다. 장동혁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진 자와 못가진 자를 갈라치는 정책, 민간 공급을 가로막는 반시장적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이제 남은 것은 세금폭탄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프레임 전략을 차단하고 보유세 논란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동산TF까지 만들었다. 그러고는 TF이름을 애초 김병기 원내대표가 말한 ‘부동산 TF’가 아닌 ‘주택시장안정화TF’로 이름 지었다.
이와 관련해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의 무차별 정치 공세로 인한 불안심리, 공포가 확산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고 현장간담회, 국민 의견수렴 행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연말까지 더 구체적인 공급방안 세밀하게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