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형 채무조정 대상’ 빚 1500만원에서 상향 조정
원금 최대 90% 감면 후 3년 이상 상환시 면책
5천만원 이하 신청 가능한 새도약기금 기준 고려
복잡한 정책서민금융 상품, 내년부터 통합 운용
“빚이 2000만원인 78세 기초수급자 독거노인이 채무를 상환하겠다고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를 찾아오셨는데 ‘청산형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걸 보며 답답했습니다.”
서울 중구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원 A씨는 23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서민금융·채무조정 현장 간담회에서 상담 사례를 공유했다.
현재 신복위의 ‘청산형 채무조정’은 채무원금이 1500만원 이하인 기초수급자, 중증장애인 및 저소득 고령자(70세 이상)를 대상으로 원금을 최대 90% 감면한 후 3년 이상(조정된 채무를 절반 이상) 상환시 잔여채무에 대해 면책을 해주고 있다. A씨가 언급한 분은 채무원금이 1500만원을 넘어 지원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 고령자, 중증장애인은 상환할 능력이 매우 부족해서 채무조정을 신청해 받더라도 도중에 포기하고 미납이 발생하여 실효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취약 채무자는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취약계층 채무조정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새도약기금의 채무감면 기준을 감안해 현행 신복위의 성실상환 취약채무자 잔여채무 면책 제도인 현행 ‘청산형 채무조정’제도의 지원대상 금액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채무를 감면기준으로 두고 있다. 금융위는 올해말까지 7153개 신용회복지원 협약기관 간 논의를 거쳐 금액 상향과 협약 개정후 시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어 갑작스럽게 채무가 늘어난 경우에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된다. 최근 6개월 내 발생한 채무가 총 채무의 30% 이상인 경우 신복위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없다. 신규대출을 받고 고의적으로 상환을 회피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상담사 B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갑자기 발생한 과도한 채무를 갚을 수 없어 신복위를 찾아왔으나 채무조정시 신규 채무비율 제한 규정상 당장 채무조정 신청을 할 수 없어서 안타까운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보이스피싱은 금융범죄인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금을 신규 채무비율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올해말까지 협약 개정 후 시행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미성년 상속자의 채무상환 어려움과 관련해 미성년 상속자를 청산형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와함께 햇살론뱅크, 근로자해살론, 햇살론15, 최저신용자특례보증, 햇살론유스 등 복잡한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단순화하기로 했다. 상품별로 요건이 상이하고 취급기관이 달라서 서민들이 오히려 고금리 상품을 신청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통합 정비를 하기로 했다. 신용도가 낮아 햇살론15 이용이 어려운 서민들도 일단 햇살론15 신청이 거절된 후에야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신청이 가능하고, 근로자햇살론(2금융권 취급) 신청이 가능한 근로자가 은행 방문시 금리가 더 높은 햇살론15를 신청하는 사례가 있다.
금융위는 내년부터 상품체계를 개편해 통합 운용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