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화백정신으로 조화·상생의 길 찾자”
이 대통령, 초청국과 비공식대화 주재
21개 회원국 이틀간 APEC 정상회의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조화와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신라의 화백정신이다. 함께 미래로 도약할 영감과 용기를 얻어가기를 기대한다”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개막을 알렸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제1세션인 ‘초청국과의 비공식 대화’를 주재했다. 이날 세션에는 APEC 21개 회원국 정상들을 비롯해 초청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칼리드 아부다비 왕세자,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머리를 맞대기 위해 경주로 집결한 세계 정상들과의 회의를 신라의 화백회의에 비유했다.
이 대통령은 “고대 신라왕국에서는 나라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의견을 조율하는 화백회의가 열렸다”면서 “화백정신은 일치단결된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낼 화음의 심포니를 추구하며 조화와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신라의 화백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라는) 조화와 화합으로 번영을 일궈냈다”고 덧붙였다. 각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모두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생의 길을 찾아낼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 모두는 국제질서가 격변하는 중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면서 “자유무역질서가 거센 변화를 맞이하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무역 및 투자 활성화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현 국제정세를 짚기도 했다. 아울러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술 혁명은 우리에게 전례 없는 위기이자 동시에 전례 없는 가능성을 선사한다”면서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APEC이 걸어온 여정에 지금의 위기를 헤쳐갈 답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협력과 연대만이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확실한 해답”이라면서 “각자의 국익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언제나 우리가 같은 입장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힘을 합쳐 공동번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궁극의 목표 앞에서 우리는 함께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1세션에 앞서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참석자들을 직접 영접했다. 그 과정에서 오전 10시2분쯤 행사장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대면을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환영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시 주석은 “안녕하십니까”라고 화답했다. 이후 양 정상은 악수와 기념사진 촬영을 한 뒤에 회의장으로 함께 이동했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다음날 첫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첫 세션의 주제는 ‘더욱 연결되고 복원력 있는 세계를 향하여’다. 참여 정상들과 대표단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회복력 있는 경제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하게 된다. 특히 참석 정상들이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비공식 대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의장인 이 대통령은 무역·투자 촉진,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경제적 연결성 강화, 민간 부문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민관 협력 방안 등에 대한 논의 주제를 던지는 동시에 APEC 회원들이 상호협력의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역내 협력 의지를 복원하고 APEC이 미래에도 역내 최대 경제협의체이자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첫번째 세션을 마무리한 후에는 UAE 왕세자와 면담이 이어진다. 이후에는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와의 대화 및 오찬에 참석한다. ABAC는 1995년 설립된 민간 자문기구로 매년 APEC 정상과 대화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협력 방안에 대한 정상들의 견해를 청취하고 기업인들의 건의 사항을 전달해 왔다.
이 대통령은 전체회의에서 APEC 발전을 위한 ABAC 위원들의 협조를 당부하면서, 민관협력 필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어 이규호 ABAC 의장이 APEC 회원 정상들에게 건의문을 발표한다.
경주=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