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탁 칼럼

최민희 관련 보도는 허위조작정보일까

2025-11-03 13:00:05 게재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딸 결혼식 논란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국감기간 중 국회에서 자녀 결혼식을 치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측하고 사전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는 취지다.

이 뉴스를 본 사람들이 “이제라도 사과한다니…” 하며 진정성을 알아준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그런데 사과문을 자세히 보면 최 위원장의 또 다른 진심이 읽혀진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그리고 특히 민주당 의원님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 여러분’의 범주에 야당이 들어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굳이 민주당만 언급한 것을 보면 야당에까지 사과하고 싶지는 않다는 심산을 분명히 밝힌 것 같다.

사과문은 또한 “다만 사실의 왜곡, 터무니없는 허위의 주장에 대해 기록의 차원에서라도 남겨두겠다”며 비판과 의혹이 제기된 여러 대목들에 대해 장황한 해명을 담고 있다. 본인이 잘못 한 건 맞지만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주장을 한 그들 잘못도 많은데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해 억울하다는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니까 그의 허물을 애써 덮거나 감싸기 바빴던 같은 편 사람들에게는 각별히 사과를 표하면서 문제의 사실을 지적하고 비판 주장을 한 야당과 언론에는 여전한 적개심을 내비친 게 이번 사과문인 셈이다. 며칠 전 그가 SNS에 뜬금없이 노무현 정신 운운하면서 “악의적 허위조작 정보는 사회적 가치관을 병들게 하는 암세포” 라고 했던 그 인식에서 별반 달라지지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

야당과 언론에는 여전히 적개심

이렇게 보면 최 의원과 그의 딸이 “축의금을 노리고 결혼식을 두 번 했다”는 야당 의원의 주장과, 이를 인용한 일부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 의원이 최근 딸 결혼식 논란의 와중에도 언론개혁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대표 발의한 법안의 핵심이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기 때문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고의 또는 과실로 불법 또는 허위정보 및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여 타인에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허위조작 정보임을 알면서도 타인을 해할 의도로 유통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액으로 정한다.” 여러 의문이 든다. 타인을 해할 의도의 유무를 어떻게 알 수 있나. 법안은 이런 논란에 대비해 여덟 가지 ‘타인을 해할 의도의 추정’을 명기해놓고 있다. 이중에는 ‘본문에 없는 내용을 제목 또는 자막으로 강조한 경우’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피해자 입장을 확인하지 않은 경우’ 등이 있다.

이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유엔 발언 ‘바이든 날리면’을 제목 또는 자막으로 보도한 MBC 등 많은 언론사는 윤 전 대통령을 해할 의도를 가지고 보도한 것으로 추정되고, 따라서 징벌적 배상의 의무를 지게 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부는 당시 MBC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바이든과 날리면 중 어떤 발언인지 명확하지 않은데도 ‘바이든’ 자막을 단 것은 허위보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두고도 논란은 이어진다. 신랑 신부가 결혼식이 있기 1년 전 본인 계정 SNS에 웨딩사진과 함께 ‘00년 0월 결혼’이라고 명기했다면 “당시에 실제 결혼하고, 이번에는 예식을 올린다는 건가?” 라고 추측하면서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게 정상적인 취재일 것이다. 이 과정 없이 ‘결혼식 두 번’이라고 보도하면 사실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결혼식이라고 반드시 여러 가족과 친지 앞에서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독립심이 강한 신랑 신부는 자기들만의 소규모 비공식 결혼식을 하기도 한다. SNS에 웨딩사진과 결혼 사실을 공표했다면 그걸 보고 결혼식을 이미 치른 것으로 판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결혼식 두 번’은 허위조작 정보가 아니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단순 오보로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법정에 갔을 때 판사가 어떻게 판단할지는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민주당이 징벌 주고 싶어 하는 허위조작 정보란 것도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주관적 판단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허위조작정보’라고 본질 달라질지 의문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가 ‘가짜뉴스 근절’에 한 목소리를 냈던 사실을 떠올려 보자. 두 정부 모두 가짜뉴스가 사회를 혼란케 한다며 열을 올렸지만 어떤 성과도 거둔 게 없다. 정권 홍보에 유리하면 좋은 뉴스, 불리하면 가짜뉴스라는 진영 논리에 매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정권 바뀔 때마다 집권 세력은 ‘가짜뉴스 근절’을, 야권 세력은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정치공방이 되풀이 된다. 이재명정부에선 가짜뉴스 대신 허위조작정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지만 본질이 달라질지는 의문이다.

신한대 특임교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