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수요충격으로 단기간 가격 급등시 은행 건전성 규제 필요”

2025-11-03 13:00:13 게재

금감원 발간 금융감독연구, 추가 규제 방안 제시

“은행이 충격 증폭자 가능”, 현재 대출 규제에 집중

아파트 가격 상승 원인에 따른 금융안전성 영향 분석

아파트 가격 상승이 다른 요인 없이 수요 급증에 따라 발생할 경우 대출 규제뿐만 아니라 은행의 건전성 규제를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상진 금융감독원 금융시장안정국 팀장(경제학 박사)은 ‘아파트 가격 상승 요인별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영향 분석’ 연구를 통해 아파트 수요충격(수요가 단기간에 급변)으로 은행이 충격의 증폭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이 발간한 ‘금융감독연구’에 실린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팀장은 이번 연구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 요인을 △총수요 △통화확장 △아파트 수요·공급 충격으로 구분해 이 같은 충격이 거시경제와 은행 건전성, 금융시스템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금융시스템 리스크 심화 =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수요가 갑자기 증가하는 '아파트 수요충격'은 아파트 가격과 매매수량이 모두 상승하는 충격을 말한다. 이 경우 가계대출, 소비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즉각 상승했다. 이 팀장은 “아파트 구입 수요 증가로 인한 가계대출 확대와,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가치 증가로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는 부동산 부의효과(wealth effect)가 존재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부의효과는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라 자신을 더 부유하다고 인식하고 소비와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주식 시장은 아파트 수요 증가 및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유의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자금의 부동산 시장 이동 또는 물가 상승 압력에 따른 금리 인상 기대 등으로 인해 주가 상승 효과가 상쇄된 결과로 해석됐다.

은행의 경우 총자산이익률(ROA)은 주택시장 활황에 따른 담보가치 개선 등으로 충당금 비용이 감소하면서 4~7개월 구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승했다. 하지만 은행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BIS비율은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확대 영향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즉각 하락했으며, 금융불안지수(FSI) 또한 상승했다. 이 팀장은 “아파트 수요충격시에는 은행의 수익성이 증가하고 가계대출도 다른 충격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은행이 충격의 증폭자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금융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 기존의 수요자 중심 규제(DSR, DTI, LTV)에 더해 필요시 자금 공급자인 은행에 대한 거시건전성 규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수요충격시 은행은 수익성 증가에 따라 추가적인 대출 확대 유인을 갖게 되고 이는 다시 아파트 가격 상승을 자극해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수요충격 → 아파트 가격 상승 → 가계대출 수요 증가 → 은행 수익성 증가 → 가계대출 공급 증가 → 아파트 가격 상승 등 피드백 메커니즘이 작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축소하도록 주담대 위험가중치(RW) 하한을 상향하는 방안을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당초 내년 4월 시행에서 내년 1월로 변경했다. RW가 높아져 위험가중자산(RWA)이 늘면 자본 부담이 커진 은행들은 주담대를 줄일 수밖에 없다. BIS비율은 RWA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수요충격만 금융불안지수 상승 = 다른 충격들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실질 GDP와 물가가 동시에 상승하는 ‘충수요 충격’ 발생시 아파트 가격, 매매수량, 가계대출, 소비, 주가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승했다. ROA는 소폭 등락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BIS비율 역시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확대에 따라 초기에는 하락했으나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다. FSI는 충격 3개월 시점에 0.9%p 하락하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를 나타냈다. 이 팀장은 “전반적인 경제여건의 개선에 따른 금융안정성 제고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콜금리가 하락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형태의 ‘확장적 통화충격’시에도 아파트 가격, 매매수량, 가계대출, 소비, 주가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 금리하락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은행의 ROA가 일부 악화됐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연체율 개선 등으로 건전성은 소폭 향상됐다. FSI는 가계대출 증가에 따라 초기에는 일부 상승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아파트 가격은 상승하되 매매수량은 감소하는 ‘아파트 공급충격’의 경우 가계대출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감소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감소로 BIS비율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승했다.

결국 여러 요인들을 분석한 결과 아파트 수요충격의 경우에만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하락하고 유일하게 금융불안지수가 상승했다.

또 실증분석 결과 유형별 가계대출 중위값 반응을 최초 충격 시점 대비 최대 얼마나 증가했는지 비교해보면 총수요 충격의 경우 3.1배, 확장적 통화충격은 5.2배, 아파트 수요충격은 10.3배로 나타났다. 아파트 수요충격이 다른 충격에 비해 가장 큰 폭의 가계대출 증가를 유발했다.

이 팀장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규제 완화와 같은 정책 변화는 수요충격을 유발해 가계대출의 급증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은행의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 특히 금융기관이 충격의 증폭자로 작용함에 따라, 부동산 가격은 당초 정책당국이 예상한 수준보다 더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부동산 정책 목표의 달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부동산 정책당국은 주요 규제 변경에 앞서 금융당국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정교한 정책 조율을 통해 규제 목적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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