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에 대출·신용집중도 가장 높아…자원배분 효율성 떨어져

2025-11-04 13:00:02 게재

생산성·성장률 낮추고 시스템 리스크 확대

제조업 비중 축소, 숙박·음식업도 신용 쏠림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별 신용배분 분석

2010년 이후 금융권의 자금 배분이 부동산업에 집중되면서 생산적인 곳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지 못해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3일 발간한 산은 조사월보 10월호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출집중도 등을 사용한 산업별 신용배분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업은 최근 예금취급기관 대출집중도와 신용집중도가 분석대상 산업 중 가장 높았으며 대출집중도가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대출집중도는 해당 산업이 경제(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대비 해당 산업이 대출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이다. 대출집중도가 1보다 크면 그 산업에 대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많은 대출이 이뤄져서 자원이 집중적으로 배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4년 예금취급기관에서 부동산업의 대출집중도는 3.47, 2010년부터 2024년까지 평균은 2.52로 나타났다. 비은행의 경우 각각 4.47, 3.07로 은행(각각 3.13, 2.35) 보다 높았다. 신용집중도의 경우 2023년 7.61, 2010년부터 2023년까지 7.49로 대출집중도 보다 더 높았다. 신용집중도는 대출금뿐만 아니라 회사채 등을 포함하는 더 넓은 의미의 지표다.

보고서는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집중도는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며 특히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집중도 상승폭이 컸다”며 “부동산업에 대한 신용집중도는 2018년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고 밝혔다.

부동산업 다음으로 대출집중도가 높은 곳은 농림어업 분야다. 2024년 예금취급기관에서 2.54, 2010년부터 2024년까지 평균은 2.15로 나타났다. 비은행에서 각각 5.59, 5.83으로 월등히 높았다. 농협 신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상호금융권 대출이 많은 영향이다. 신용집중도는 2023년 2.28, 2010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1.93으로 부동산업에 비해 높지는 않았다.

제조업에 대한 대출집중도는 2015년 이후 하락 추세이며 경공업의 경우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중화학공업의 경우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제조업 대출집중도는 0.88, 2010년부터 2024년까지 평균은 1.02로 나타났다. 경공업은 각각 1.52, 1.58인 반면, 중화학공업은 0.79, 0.93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와함께 숙박·음식업의 경우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을 중심으로 대출집중도가 상승해 2021년 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집중도가 각각 2.28, 2.95를 기록했다. 도소매업도 대출집중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최근 해외 연구결과를 보면 부동산업, 숙박·음식업 및 도소매업의 대출집중도 상승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실증분석결과, 부동산·건설업·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등으로 구성된 비교역 부문 중심의 ‘신용 붐’은 이후 급격한 성장률 하락을 경험하거나 은행 시스템리스크가 커지는 관계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산업별 대출집중도·신용집중도와 산업별 이익률·생산성의 상관관계도 분석했다. 이익률·생산성이 높은 산업에 대출집중도가 높다면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분석결과 대출집중도·신용집중도는 이익률·생산성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다시 말해 대출집중도·신용집중도가 높을수록 이익률·생산성은 낮아진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산업 간 신용배분은 적절한 리스크관리 하에서의 이윤극대화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상업 금융기관의 영업행위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은행의 주요 관심사는 채권보전이며 차입 기업이 영위하는 산업의 이익률·생산성·성장률 등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정책금융기관은 시장메커니즘에 의한 자원배분이 국가경제 차원에서 효율적이지 않은 경우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산업간 신용배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자금 공급에 있어서 고려할 수 있다”며 “상업 금융기관도 금융시스템의 국가경제적 역할을 고려해 산업별 익스포저 관리에 있어서 대출집중도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